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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16. 2020

<인간수업/Extracurricular>

틀린 답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경각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위험하고 대담한 작품이 하나 공개되었다. 미성년자 성매매를 다룬 작품인데, 이전부터 성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흉흉하던 민심이 최근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폭발해버린 이 시점에서, 조금의 논란의 여지가 있으면 작품성과는 별개로 많은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큰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파격적인 전개와 비극적인 결말을 유지하고 성매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는 작품이다. 한국에서 나온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파격적인 작품,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이다.




우선 작품의 취지부터 좋다. 우리에겐 마약 범죄보단 성범죄에 더 가까운데, 이러한 소재를 드라마에서 찾아보기에는 어려웠다. 앞서 말했듯이 이런 소재를 단순히 재미를 위해 소비한다면 비난의 여론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성매매 범죄의 위험을 아주 날카롭게 경고해 여느 범죄 드라마와는 다른 느낌을 받게 한다. 또한 지수와 규리 등의 성매매 범죄자들을 미화하거나 정당화시키지 않고, 그들이 저지른 일은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각인시키고 상기시킨다. 그렇다고 재미가 배제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은 아니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스릴과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한다. 

작품은 성매매 이외에도 학교폭력이나 청소년범죄같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도 다룬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슈인 이 두 문제를 사실적이고 가감 없이 표현해 관객들로 하여금 이입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필자가 학생이다 보니 학교폭력을 묘사한 장면들이 놀라웠는데, 특히 뒤에서는 학생들을 괴롭히던 가해 학생이 앞에서는 선생님들에게 잘 보이는,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를 잘 잡아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대사들과 몇몇 행동들은 조금 아쉬웠는데, 대사는 요즘 학생들의 말투를 어설프고 오글거리게 따라 했고, 조금은 비현실적인 행동들을 첨가했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각각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구축한 점이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오지수와 배규리는 손대서는 안되는 범죄에 손을 대어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극한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점을 잘 묘사했고, 서민희는 혼란스러운 미성년자 성판매 여성을 잘 나타냈다. 또 흥미롭게 봤던 점은 도움이 되는 어른들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도와주려는 어른은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하나도 주지 못하거나 학생들을 배려해 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도 감명 깊게 본 요소 중 하나다.

좋은 취지와 캐릭터, 그리고 재미까지 갖추었지만, 뒤로 갈수록 흔히 말하는 '막장'스러운 전개를 보여준다는 점은 흠이다. 흥미롭고 새로웠던 초중반부와는 다르게 후반부로 갈수록 많이 봐왔던 형식의 전개였다. 드라마는 떡밥을 뿌리고 잘 회수하는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점도 많았고, 또 잘 활용할 수 있었던 소재나 캐릭터를 버려버리는 등의 아쉬운 점도 있었다.

결말도 조금은 의아하면서 아쉬웠는데, 열린 결말이라고 보이기보단 그저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시즌 2의 제작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만약 시즌 2가 제작되지 않고 단일 시즌으로 끝이 난다면, 개인적으로 좋은 결말이라고 보고 싶지는 않다. 회수하지 않은 떡밥이나, 시즌 2를 암시하는 내용이 많았기에, 시즌 2 제작을 희망해본다.

아쉬운 점은 적지 않았지만, 드라마의 취지와 목적을 잘 나타내고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많은 새로운 시도들이 보이는 점은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빈번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범죄인 성매매 범죄를 파격적이고 현실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없던 찰나에, 혜성같이 등장해 관객들을 열광시킨 작품, <인간수업>이다.




총점 - 9
잘못된 길의 끝은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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