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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04. 2020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반복되는 르윈의 삶을 살아가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냉소적 연가.

어찌 되었든 필자 본인이 영화라는 예술계 쪽으로 목표를 잡은 만큼, 확실한 꿈이 있음과 동시에 숙명적으로 들어야 하는 생계에 관한 말들도 듣는다. 다행스럽게도 주변에는 응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지만, 종종 들었던 말이기도 하고 안 들을 수는 없는 말인데다가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봐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니, 모르겠다 하고 흘려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사이드 르윈>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주인공 르윈에서 나의 모습이 조금씩 보였던, 그래서 너무나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다.




영화는 듀엣 파트너는 자살을 하고, 솔로 앨범은 팔리지 않는 채 지인의 집을 돌아다니며 생활하는 무일푼 뮤지션 르윈 데이비스는 꿈을 포기할까 생각하던 중, 유명 음악 프로듀서 버디 그로스맨의 오디션을 보러 시카고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다. 상술했듯이 내 모습과, 혹은 내가 걱정하는 미래의 모습과 닮아있어 너무나도 공감되고 가까이 다가왔던 이야기다. 음악, 미술, 영화 등의 예술을 하는 삶을 살고 있거나 그것을 소망하지만 사회의 여러 부분들에 부딪히거나 가로막힌 채 그저 꿈만 꾸며 힘겨운 삶을 지속하는 것. 이것보다 슬픈 것이 있을까. 이러한 부분을 코엔 형제 최대 장점인 냉소적 유머 감각을 통해 비판하고, 수많은 르윈과 같은 예술가들을 예찬한다. 여기에 뛰어난 음악과 영상미, 그리고 훌륭한 연출력이 더해져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인데, 정작 주인공 르윈의 삶은 고단하고 피곤하다는 그 아이러니함이 생각보다 아프게 다가온다. 세상에 르윈은 너무나도 많고, 그들의 삶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기에.

수미상관 구조가 여운을 정말 강하게 준다. 결국 똑같은 삶을 반복한다는 것. 생고생을 해도 변화한 것은 없다는 것. 꿈을 이루는 것도, 꿈을 포기하는 것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삶을 지속한다는 것. 힘겨운 인생을 나날이 보내고 되는 일은 없이 점점 나락으로 가는 듯하지만, 인물과 감독은 물론 공감하며 보고 있는 관객들조차도 그러한 르윈을 도와주지도, 도와줄 수도 없다. 르윈의 가장 안타까운 모습은 꿈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다는 거다. 다른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기에, 내 앞의 벽을 넘을 수도, 그렇다고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그 기분은 너무나 거지 같다. 그걸 알아서 너무나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음악 영화지만 같은 장르에서 많이 봐왔던 낭만이나 극적인 요소와 같은 클리셰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지극히 예술가의 현실 그 자체의 모습을 너무나도 명확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코엔 형제에게 놀랄 뿐이다.

오스카 아이삭의 연기력이 정말 대단했다. 연기를 잘하면 실존 인물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을 종종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 느낌을 받았다. 오스카 아이삭의 피곤한 듯 퀭한, 그리고 막막한 현실을 앞둔 듯한 그 눈빛 연기는 정말 강렬했다. 노래도 정말 잘 불렀는데, 직접 부른 거라 더 놀랐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분량은 적지만 굉장히 매력 넘치게 나온다. 그의 음색이 너무나도 좋아서 더더욱. 캐리 멀리건도 르윈을 굉장히 싫어하지만 챙길 건 다 챙겨주는 진 역으로 나와 열연한다. 캐리 멀리건을 영화에서 보는 건 처음인데, 미모가 엄청나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과 곧 나올 신작 <프로미싱 영 우먼>도 기대된다. <위대한 레보스키>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던 존 굿맨도 출연해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다시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담 드라이버도 잠시나마 나와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음악 영화다 보니 좋은 음악들이 많은데 전부 포크 송이라서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포크 송이나 컨트리 송 같은 옛날 음악 스타일도 좋아하는 편인데, 좋은 음악들이 많이 나와서 음악을 듣는 맛도 있다. 그리고 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아서 더욱 와닿았다. 또 고양이가 굉장히 인상 깊게 나오는데, 매우 귀엽다. 또 고양이가 연기도 잘한다. 귀여움을 떠나, 르윈의 모습을 정말 잘 표현하기도 해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정말 좋았다. 영화에 이렇게 공감하고 빠져들고 몰입해서 본 건 오랜만인 거 같다. 참 시의적절하게 내게 찾아온 영화랄까. 세상 모든 르윈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총점 - 9.5
반복되는 르윈의 삶을 살아가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냉소적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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