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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08. 2020

<엠마/Emma.>

안야 테일러 조이가 사랑과 우정에 젖은 낭만시대를 만나면.

영화를 오랫동안 봐오면서 대부분의 배우들을 좋아했지만 말 그대로 빠져버렸다고 할 수 있는 배우는 지금까지 전무했다. 특히나 좋아하는 배우들은 많았지만 그 이상까지는 아니었는데, 최근에야 그런 배우가 나왔다. <23 아이덴티티>때 감탄했다가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으로 한 번 더 만난 안야 테일러 조이가 그 주인공이다. 비록 그녀의 초기작은 공포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상 많이 접하지는 못했지만, 최근에는 시대극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에서 만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엠마>다.




영화는 낭만주의 시대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예쁜 독신주의 아가씨 '엠마 우드하우스'가 마을 사람들의 중매에 나서면서 자신도 감정의 혼란을 겪으며 진정한 사랑을 찾아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선 기본적으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소설이나 동화를 보는 듯한 연출력이 한껏 돋보인다. 그리고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 만큼 사랑의 몽글몽글함도 느껴지지만, 여느 로맨스 영화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여서 독특한 매력도 느껴진다. 찾아보니 원작과도 조금은 다른 내용인 듯하다. 다만 이런 로맨스를 느끼기까지 조금 걸린다는 점은 흠이다. 사전 정보가 없으면 초반부에 극을 따라가기에는 조금 벅찰 수도 있으며, 등장인물도 만만치 않게 많아서 집중을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부족함이 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펼치는 로맨스가 소소한 재미를 주며,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이 평탄하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가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사랑뿐 아니라 우정에 관한 이야기도 전하며 서사도 풍부하게 만들려 노력한다. 생각해보면 조그마한 마을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인데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친숙하지 않은 이야기를 다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는 조금 힘들어 보인다. 다만 이러한 단점을 꽤나 쏠쏠한 유머로 무장해 무마시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며, 꽤나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지위부터 시작해 예절, 관습을 중시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아무리 흥미로워도 자연스레 지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마틴 스콜세지의 <순수의 시대>에서 느꼈던 느낌과 비슷했는데, 다행히 <순수의 시대>보다는 <엠마>가 조금 덜 지루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고 격식 있는 척하지만 누구보다 무례하고, 추잡하고, 겁 많은 모습을 통해 웃음을 유발해 당시의 계급 사회를 재밌게 비판한다. 근데 이 부분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로맨스 물과는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는 소재라 후반부의 힘이 죽어버리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극적인 부분이 덜 한 느낌이랄까.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인 안야 테일러 조이는 전혀 실망시키지 않는다. 정말 미친 매력이다. 보고만 있어도 감탄하게 되는 독특한 매력은 영화의 가장 큰 특장점이다. 엠마 우드하우스라는 쉽지 않은 인물을 정말 매력적이게 재해석했으며, 고급스러운 의상과 헤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시대극에도 정말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다. 안야 테일러 조이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비록 굵직한 주연 배우들이 출연하지는 않지만 여러 작품들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는 편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빌 나이를 비롯해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 조연으로 출연한 자니 플린이 남주인공을 맡았고, <님포매니악>에서 조연으로 나온 미아 고스가 엠마의 절친한 해리엇 스미스를 맡아 열연한다. 이외에도 미란다 하트부터 조쉬 오코너, 칼럼 터너, 타냐 레이놀즈까지 새로운 얼굴들이 존재감을 보이곤 한다.

정말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운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 시대를 너무나도 잘 표현한 듯하다. 비록 장소가 한정적으로 느껴져 거대한 스케일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미장센 하나만큼은 뛰어난 수준이다. 또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시퀀스는 만족스럽다. 특히 후반부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장면들은 우아하고 아름답다.

안야 테일러 조이만 보고 갔다가, 다른 매력도 조금은 얻어왔던 영화다. 비록 영화 소재 특성상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었지만, 매력은 확실했던 영화, <엠마>다.




총점 - 7
안야 테일러 조이가 사랑과 우정에 젖은 낭만시대를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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