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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07. 2020

<더 프롬/The Prom>

이토록 유약하고 유치한 정면돌파라니.

연말을 장식하는 건 언제나 뮤지컬 영화였다. <라라랜드>부터 시작해 <위대한 쇼맨>, <레미제라블>, 그리고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까지. 화려한 노래를 곁들여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은 뮤지컬 영화는 나름 연말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초토화되는 바람에 연말에 뮤지컬 영화를 못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던 찰나, 넷플릭스가 제작한 뮤지컬 영화가 찾아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덕분에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던 영화, <더 프롬>이다.




영화는 인디애나 주에 살고 있는 레즈비언 학생 에마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졸업파티인 '프롬'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이 소식을 접한 디디 앨런을 비롯한 브로드웨이 스타들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재건하고, 소녀의 소원 성취를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선 뮤지컬 영화의 본분은 확실하게 하는 편이다.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되지만 굳이 극장에 가서 봤던 이유는 빵빵한 사운드로 뮤지컬 넘버들을 즐기려고 했던 이유 하나인데, 그 부분은 확실하게 만족시킨다. 시작부터 화려하게 사로잡는 넘버와 무대는 환상적일 정도다. 극장에서 관람할 것을 후회하지 않을 정도다. 다만 지금까지 봤던 뮤지컬 영화는 넘버 중 하나라도 확 끌리고 중독성 있는 노래는 있었는데, <더 프롬>은 그 부분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당장 <더 프롬>에 나온 노래를 흥얼거리라고 하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니. 노래는 확실히 좋아 찾아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타이틀곡인 'Wear Your Crown'은 좋았고, 제일 맘에 들고 신나며 달아오르는 노래는 'Tonight Belongs to You'였다. 두 노래는 종종 들을 듯하다.


다만 연출과 스토리는 너무 아쉽다.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어도 여전히 조심스럽게 다뤄지는 LGBTQ 관련 소재를 가지고 과감하게 정면돌파하는 시도를 하는데,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너무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직설적인 메시지를 뿌리는 것은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계속해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꾸역꾸역 집어넣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상당히 유치하고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연출은 더욱더 심각하게 느껴진다.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초반부의 연출은 정말이지 손발이 없어질 뻔했다. 또한 너무 쉽게 흘러가고 해결되는 스토리는 밋밋하게 느껴진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건드리고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이야기의 깊이는 얕아지고 흥미는 떨어진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기 쉽지 않을 정도. 필요 없는 이야기는 조금 쳐냈어도 괜찮았을 듯싶다. 물론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무겁게 다뤄야만 하는 이유는 없으며, 이렇게 뮤지컬과 같은 장르로 가볍고 친숙하게 다가가는 시도는 확실히 좋다. 하지만 <더 프롬>은 그거와는 별개로 너무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던 작품이다.


배우들의 라인업이 화려한 만큼 연기도 돋보인다. 최고의 여배우 중 한 명인 메릴 스트립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 영화에서 주조연을 맡은 제임스 코든, 연기력과 미모가 모두 출중한 니콜 키드먼, 그리고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돋보인 케리 워싱턴으로 이루어진 조합은 안 좋게 볼 수가 없다. 이들의 노래도 놀라울 정도다. 메릴 스트립이야 워낙 목소리도 좋고, <맘마미아>와 같은 뮤지컬 영화에도 종종 나와 당연시 생각했지만, 니콜 키드먼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리고 뉴페이스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였는데, 에마 역을 맡은 조 엘런 펠먼은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다. 노래 실력부터 마스크까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새로웠던 배우는 교장 역을 맡은 키건 마이클 키 배운데, 많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로운 얼굴이었다. 이외에도 다른 학생들을 맡은 배우들 모두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영상미도 꽤나 좋다. 로고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보석처럼 박힌 조명 스타일이 너무 맘에 들었는데, 의상부터 조명까지 비슷한 장식으로 되어있던 점은 좋았다. 연출과 스토리만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 작품인데, 그렇지 못한 덕분에 겉만 화려한, 그런 영화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뮤지컬 장르 자체를 좋아한다면 극장 관람을 추천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넷플릭스에 공개되고 시간이 남을 때 집에서 가볍게 보기 좋은 작품이다.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던 영화, <더 프롬>이다.




총점 - 6.5
이토록 유약하고 유치한 정면돌파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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