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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09. 2020

<블러드샷/Bloodshot>

진부한 화법과 무미건조한 캐릭터성만큼 심각한 것도 없을 텐데.

포스터나 스틸컷, 혹은 예고편을 보면 소재는 신선해 보이나 정작 끌리지는 않고 별로일 거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가 종종 있다. 그런 영화는 대부분(다는 아니지만) 중국 자본으로 그래픽이나 액션만 좋을 뿐,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강한 양산형 영화인 경우가 많다. 올해 5월 개봉한 <블러드샷>도 그러했는데,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어쩌다 보게 되었다. 과연 <블러드샷>은 어떠했을지, <블러드샷> 리뷰다.




영화는 특수부대원 레이가 휴가 중 아내와 함께 정체불명의 적에게 납치되어 살해당하지만, 나노봇 기술로 최첨단 병기로 부활하게 되고 아내를 죽인 범인에게 무차별적인 복수를 행한 후에 이 기억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우선 비슷한 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설정들과 함께 시작한다. 몸짱 빡빡이 특수부대원이 아내와 살다가 납치당한다는 스토리는 많이 봐왔다. 물론 중간에 한 번 비틀기는 하지만 그 이후에도 눈에 띄는 점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개연성이야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급할 땐 너무 급하고, 늘어질 땐 너무 늘어지는 기적 같은(..) 완급조절을 보여주기도 하는 작품이다. 분명 소재는 나쁘지 않아 보이는 데다가, 조금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 거 같아서 이러한 진부하고 낡아빠진 화법이 더욱더 아쉽게 다가온다. 게다가 너무 쉽게 쉽게 흘러가서 정말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영화가 되어버렸으며, 게으르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아쉬운 점은 캐릭터성에서도 드러난다. 보통 이런 영화는 조금 신선한 소재에 액션이나 그래픽, 또는 캐릭터성에 기대기 마련인데, 정감이 가는 캐릭터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심지어 <블러드샷>의 캐릭터들은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는 성격들을 보여준다. 이유 없이 성내고, 목적 없이 이탈하고, 괜히 가오 잡는 캐릭터들에게 정이 붙는 것이 이상하긴 하다. 이러한 진부한 캐릭터성은 백번 봐줄 수 있지만, <블러드샷>은 더 나아가 최악에 가까운 선택을 해버리는데, 해커라는 인물을 중반부에 갑자기 집어넣더니 '데우스 엑스 마키나(작중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요소)'의 역할을 수행하기까지 이른다. 흔히 '자자 선수 입장~'이라는 말로 조롱당하기까지는 이러한 모습을 다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굉장히 아쉬웠다. 게다가 캐릭터들이 한마디씩 내뱉는 유머는 정말 꽝이어서, 단 한 번도 웃지 않을 정도. 극의 분위기가 대체로 붕 떠있는 느낌이라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이질적인 느낌이 강하다.

영화의 유일하고도 당연한 장점이라면 화려한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빈 디젤의 액션이다. 나노봇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그래픽은 나름 뛰어났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묘사가 단순해지는 느낌이 강했고, 조금 더 매력적인 설정이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블러드샷>의 시그니처 색깔인 붉은색 색감은 꽤나 괜찮았지만 이 또한 후반부에 갈수록 부각되지 않은 모습은 아쉽다. 액션도 나름 화려하지만 타격감은 덜하고, 슬로우모션이 너무나도 강해서 집중이 잘 안될 정도였다. 확실해야만 하는 장점들도 어딘가 하나씩 부족한 느낌이 든다. 마치 <반도>와 같다. 빈 디젤의 액션 열연만 안쓰럽게 보일 정도다. 매력적으로 생각되는 또 다른 배우, 에이사 곤살레스도 꽤나 매력 있게 나오지만 그녀의 캐릭터는 한 일이 없어 아쉽다. <아이언맨 3>의 가이 피어스도 나름 열연하지만 캐릭터 자체의 임팩트가 적었다. 여러모로 아쉽다.

참 여러모로 아쉽다. 생각해볼수록 완벽한 부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작품이다. 그나마 괜찮은 것은 괜히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 그래도 여전히 우스꽝스럽다. 조금 더 살려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 작품, <블러드샷>이다.




총점 - 4.5
진부한 화법과 무미건조한 캐릭터성만큼 심각한 것도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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