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류가 택한 것은 결국 고요함 속에서도 흐르는 희망, 사랑.
코로나19로 극장계가 멈추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의 장르도 한정적이었다. 특히나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블록버스터, 특히 SF나 슈퍼히어로 등의 대작들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을 제외한다면 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연말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쏟아져 나오던 중, 오랜만에 보이는 SF 영화가 있길래 눈길이 갔다. 조지 클루니가 연출과 주연을 모두 맡았고, 명배우들이 나오며 오랜만의 SF 영화라 나름 기대했던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다.
영화는 원인불명의 재앙으로 종말을 마주한 지구, 북극에 남겨진 과학자 어거스틴이 목성의 위성을 탐사하고 지구로 귀환하던 에테르호와 짧은 교신이 성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랜만에 SF 영화를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부터 설정, 그리고 다양한 소품과 아이디어들에서 SF의 매력이 가득 묻어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느낌도 나는 편이라 마음에 들었다. 넷플릭스의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우주와 지구, 그리고 다른 행성의 모습은 화려함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조지 클루니의 연출력은 조금 아쉬웠는데, 안 그래도 2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에 잔잔하게 흘러가는 극의 특성상 후반부로 향할수록 너무 루즈해진다. 조금 더 극적인 부분을 살려냈으면 더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서사 자체도 꽤나 실망스러웠다. 영화는 크게 북극에서 신호를 보내는 어거스틴과 지구로 귀환 중인 에테르 호, 이 두 가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극 내내 분리되고 어우러지지 못해 어설펐던 이야기들이 끝내 어울리지 못하는 바람에 지루하게 느껴진다. 거기에다 회상 신도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데, 의도도 의미도 모르겠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은 아쉬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지 클루니가 연출을 맡으면서 전하고자 하는 환경 문제를 비롯한 사랑, 그리고 희망에 대한 메시지는 알겠지만 욕심이 과했던 탓인지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급급하다. 결국 영화가 끝나고서 한참을 생각해야 전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SF 영화 특유의 스펙터클함은 보이지 않지만, 나름 우주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보여주는 편이며, 인류의 마지막에 대해 고심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단순한 흥미도를 위한 설정이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라며 던져주었다는 점은 좋았다.
연출로서의 조지 클루니는 아쉬웠지만, 배우로서의 조지 클루니는 꽤나 빛나는 편이다. 이 영화를 위해 10kg를 넘게 감량하는 바람에 몸이 안 좋았다고 하는데, 그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듯한 열연을 펼친다. 지구에 혼자 남은 그리움에 사무친 고독한 과학자 어거스틴 역을 너무나 잘 소화해낸다. 서사의 도움을 조금만 더 받았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상당히 인상 깊게 본 펠리시티 존스도 나름 열연하지만 임팩트 있지는 못했고, <킹콩>,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한 카일 챈들러도 중요한 역할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에테르 호의 캐릭터들이 너무 아쉬웠는데, 극과 완전히 상반되어 들떠버린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배우는 어린 아이리스 역의 키린 스프링올. 대사는 한 마디 정도 하지만 눈이 너무나 이뻐서 뇌리에 강하게 남은 배우였다.
영상미가 너무나도 좋다. 우주 영화는 대부분 그렇겠지만, 우주의 아름다움과 무서움을 함께 보여주거나 망가져버린 지구와 K-23 행성 등을 보여주는 영상미는 극장용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좋았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는 게 아쉬울 정도. 그리고 스코어가 너무나도 좋았는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제일 좋았다. 여운이 남는 음악이랄까. 올해 초중반까지만 해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조금은 아쉬웠는데, <맹크>부터 <힐빌리의 노래>, <더 프롬>, 오늘 본 <미드나이트 스카이>, 그리고 곧 공개될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까지 장르도 다양해지고 스케일도 커지고 있다는 점은 좋다.
넷플릭스에서 보게 된다면 최대한 큰 화면으로, 큰 사운드로 보기를 추천한다. 서사는 아쉽지만 영상미와 스코어는 확실하게 좋은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다.
총점 - 6.5
마지막 인류가 택한 것은 결국 고요함 속에서도 흐르는 희망,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