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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22. 2020

<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

사랑과 고통이 담긴 인생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찬란한 성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영화는 국내에서 만들어졌거나, 아니면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대중적인 재미와 인기를 가지고 있는 충무로와 할리우드지만, 다른 나라의 영화들도 꽤나 재밌다. 프랑스부터 시작해서 중국, 일본, 이탈리아, 영국, 그리고 스페인까지. 그중 잘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 영화도 나름의 재미를 가지고 있는데, 오늘 리뷰할 영화도 그렇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페인 앤 글로리>다.




영화는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명감독이지만 몸과 마음이 모두 약해져 작품 활동을 중단한 채 살아가는 살바도르 말로가 32년 만에 자신의 영화를 다시 보게 되고, 미워했던 주연 배우 알베르토와도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과거와 조우하며 새로운 영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페인 영화지만 유럽 영화를 조금만 본 사람들이라면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프닝의 화려하고 독특한 CG였는데, 이 때문에 추상적인 영화가 아닐까 싶었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였다.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가며 극적인 장면이나 연출은 보이지 않는데, 상당히 빠져들고 몰입할 수 있는 매력을 뽐낸다. 대체 왜 빠져들고 좋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영화다. 인생의 아픔을 위로해 주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주인공 살바도르의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가면서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준다. 그의 인생에 있었던 모든 사랑과 고통을 모두 받아들이며,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나가는, 힘과 위로를 주는 따스한 영화다. 나를 아프게 했던 과거의 고통과 나를 아프게 할 미래의 고통을 모두 받아들이는 성찰, 그 찬란한 태도를 조명하며 나름의 감동도 전해준다. 아무리 아팠어도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들을 영광스러우며 아름다운 순간들이었으니, 이를 통해 앞으로의 삶을 살아나간다는 다짐과 태도는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지금 너무 힘들고 지쳐있는 순간들도 지나고 나면 영감이 될 순간들이니, 받아들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 영화다. 삶이 무기력하고 살아갈 이유를 느끼지 못할 때 보면 아주 좋을 영화다.

주연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연기가 돋보인다. 폭발적이거나 극적인 연기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표정과 담담한 대사만으로도 뭔가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지금까지 연기를 잘한다고 하면 감정을 내뿜거나 대사를 속사포로 쏘아대는 등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뭔가 다르다. 담담하면서 잔잔하게, 인상을 강하게 남기는 연기를 선사한다. 조연진들의 연기도 상당하다. 알베르토 역을 맡은 에시어 엑센디아의 연기도 대단한데, 극 중 살바도르가 쓴 연극을 연기하는 장면에서 더욱 돋보인다. 이외에도 페데리코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 살바도르의 어머니인 하신타 역을 맡은 페넬로페 크루즈, 어린 살바도르 역을 맡은 아시에르 플로레스, 그리고 베나치오 역을 맡은 라울 아레발로 모두 출중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스페인 배우들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2020년 개봉 영화 중 하난데 굉장히 만족했던 영화다. 잔잔하면서 평온해지는, 따스한 위로가 되었던 영화다. 스페인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 <페인 앤 글로리>다.




총점 - 8.5
사랑과 고통이 담긴 인생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찬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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