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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24. 2020

<원더우먼 1984/Wonder Woman 1984>

지키는 것보다 포기할 줄 아는 것이 진짜 영웅.

코로나19가 창궐한 이유 가장 보기 힘들었던 장르가 바로 블록버스터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장하던 블록버스터가 나오지 않게 되자, 8월 개봉한 <테넷>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그 뒤로 또 씨가 말랐는데, 12월에 블록버스터가 개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도 망해가던 DC의 구세주인 <원더우먼>의 후속편 <원더우먼 1984>라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던 작품, <원더우먼 1984>다.




영화는 활기찬 시대인 1984년, 사람들을 구할 때 빼고 고고학자로 조용하게 살아오던 다이애나가 어떤 스톤에게 소원을 빌자 죽었던 스티브 트레버가 돌아오고, 그와 동시에 스톤을 이용해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적들을 막아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원더우먼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편보다 모든 부분에서 떨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서사부터 너무 빈약하며 유치하다. 151분이라는 블록버스터치고는 매우 긴 러닝타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기만 하고 쓸데없는 장면들만 넘쳐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판을 벌리기에 급급한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너무나도 쉽게 가져가는 바람에 편리한 연출만 고집한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스톤이나 원더우먼의 능력 같은 판타지적인 요소를 현실 세계에 잘 녹여내지 못해 너무 붕 뜨고, 어색한 느낌이 너무나도 든다. 유치한 블록버스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서사가 부족하면 액션이라도 만족시켜야 하는데, <원더우먼 1984>는 그것조차 해내지 못한다. 액션은 오히려 퇴화한 것처럼 보일 정도인데,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방패나 칼을 이용한 액션은 보이지 않고, 무식하게 달리고 던지거나 올가미만 주구장창 던져대니 액션이 나오는 도중에도 지루하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거기다 클라이맥스는 너무나 심심하고 빈약한데, 원더우먼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다. 메시지는 나름 괜찮게 다가오긴 한다. 가족애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80년대를 비판하고, 그리고 가지고 싶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으며, 포기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이를 너무 의식했는지 영화 자체의 재미가 많이 부족하며, 이러한 메시지가 클라이맥스와 부정교합이 되면서 영화는 걷잡을 수없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차라리 러닝타임을 짧게 잡고 볼거리와 간단한 메시지에만 치중했어도 이러한 작품은 안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원더우먼의 매력은 반감되었다. 기존 <원더우먼>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보여주었던 포스는 온데간데없고, 당하기만 하거나 갑자기 설교를 하는 캐릭터로 전락해버렸다. 원더우먼은 사라지고 오직 갤 가돗의 매력만 남았다. 스티브 트레버는 도대체 왜 돌아왔는지 싶을 정도다. 솔직히 말하면 다이애나의 각성에 있어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극복 장면의 연출이 너무 심심한 데다가, 유머 캐릭터로 소비해버리는 경향이 보인다. 크리스틴 위그의 치타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일렉트로와 판박이일 정도로 새로움이 없었고, 맥스 로드웰은 판을 키워놓지만 정작 쉽게 떠나버리는 아쉬운 캐릭터성을 보여준다. 서사와 액션 모두 부족하다면 캐릭터성이라도 채워 매력을 불려야 하는데, 이조차도 실패해버린 <원더우먼 1984>다.


영화의 CG가 좀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와이어나 그래픽이 티가 나는 장면이 종종 있어서 상당히 어색한 부분이 있다. 그중 하나가 원더우먼의 달리기인데, 뭐랄까 너무 우스꽝스럽다고 해야 하나. 한 가지 좋았던 점은 한스 짐머의 음악이다. 정말 너무 좋아서 놀랐는데, 한스 짐머의 역량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작품인 듯하다. 쿠키 영상도 나름 백미인데, 기존의 배우를 다시 끌어들이는 영리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전율이 흘렀는데, 그 때문일까 스파이더 버스가 등장할 MCU의 <스파이더맨 3>가 더욱 기대되게 만들기도 했다.


아쉽긴 했지만 오랜만의 블록버스터라 정말 웅장한 감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좋은 작품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 작품, <원더우먼 1984>다.




총점 - 5.5
지키는 것보다 포기할 줄 아는 것이 진짜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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