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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26. 2020

<남매의 여름밤/Moving On>

영원히 그리워할 시절의 그 향기, 그 공기, 그 감정.

영화는 흘러가버린 기억과 추억을 담는다. 그렇기에 어떠한 영화는 굉장히 소중하다. 흘러간 유년의 시절을 보편적으로 담은 영화는 더더욱. 그런 의미에서 올해 개봉해 입소문을 탔던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이 나에겐 소중하게 다가왔다. 이젠 흘러가버렸지만 잊을 수 없고, 영원히 그리워할 그 시절의 모든 부분을 담아낸,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 <남매의 여름밤>이다.




영화는 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와 동주가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모도 만나게 되면서 한여름에 벌어진 잊지 못할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굉장히 담담하고 잔잔하게 흘러간다. 한국 독립 영화 특유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너무나도 좋았다. 그리고 한국적인 요소들도 굉장히 많이 들어가있는데, 이것 또한 큰 역할을 해낸다. 영화는 이렇다 할 특별한 사건도 없이, 고정된 카메라로 하나의 가족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지만 너무나 와닿는다. 옥주의 가족들은 생판 모르는 가족들이지만 굉장히 보편화가 되어있어 감정 이입이 너무나도 쉽게 된다는 점이 영화의 특장점이다. 어린 시절, 한여름에 할아버지 집에 갔던 느낌이 나서 너무나도 좋았다. 이젠 지나가 다시 경험하지는 못하지만 절대로 잊지 못하고 영원히 그리워할 그 시절. 여름밤의 느낌과 분위기를 너무나도 잘 담아내고 있어 그 계절, 그 시절의 공기와 향기, 심지어는 감정까지 훌륭하게 담아낸다.

영화는 울컥하게 만드는 요소가 상당히 많지만, 신파적인 요소로 빠지지 않는다.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오히려 아주 조용하고 정적으로 전하지만, 영화의 감정은 굉장히 무겁고 힘 있게 다가온다. 영화를 보면서 어렸을 적의 기억이 너무나 많이 났다. 다사다난 했지만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기에 더욱 묵직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이러한 가족의 이야기를 남매의 모습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옥주와 동주는 계속해서 티격태격 하지만 결국 서로 의지하고 꼭 필요한 존재니. 또 다른 남매인 아빠와 고모, 그리고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여준다. 이들의 모습이 굉장히 와닿는 장면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최고는 옥주와 동주가 몸싸움을 하고 펑펑 울던 동주에게 할아버지가 느릿느릿 걸어와 가방끈을 매주던 장면. 정말 눈물을 참느라 혼난 장면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끝내고 돌아와 남은 가족끼리 밥을 먹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옥주의 모습. 있을 때 서로를 소중하게 여겨주길 바라는 옥주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했다.

옥주라는 캐릭터가 너무나 와닿았다. 괜히 내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아서 밉기도 하고 이해되기도 했으며, 불쌍해 보이기도 했었다. 특히 상술했던 동주와 몸싸움을 할 때는 나의 어릴 때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해서 나쁘게 보이기도, 벅차오르기도 했다. 옥주를 연기한 배우 최정운의 연기력이 빛나 이러한 감정을 대폭 상승시킨다. 동주라는 캐릭터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정말 깐족대는 동생 같은, 그런 캐릭터. 아역 박승준의 연기력이 상당한 듯 보인다. 아빠 역을 맡은 양흥주와 고모 역을 맡은 박현영도 진짜 가족의 일원 같은 모습을 뽐낸다. 할아버지 역을 맡은 김상동 배우가 가장 큰 역할을 한 듯 보인다. 느릿느릿하고 말도 별로 없지만, 우리를 한없이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괜히 울컥하게 만든다. 캐릭터의 힘이 상당히 강한 영화이기도 하다.

올해의 한국 영화다. 이걸 왜 이제야 봤을까 싶을 정도의 감정이다. 잊고 지냈던 그 감정들을 일깨워준 상당히 고마웠고 소중한 영화다. 윤단비 감독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게 만드는 영화, <남매의 여름밤>이다.




총점 - 8.5
영원히 그리워할 시절의 그 향기, 그 공기, 그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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