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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an 05. 2021

<킬 빌/Kill Bill: Vol. 1>

유혈낭자한 칼부림이 극한의 쾌감으로 다가오게 하는 강력한 힘.

지금이야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명감독으로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충분히 있는 타란티노 감독도 여느 감독과 마찬가지로 초반에는 국내에서 그렇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등 유명한 작품도 있었지만 마이너층이 즐기는 B급 스타일의 영화여서 그랬는데, 어느 한 영화를 기점으로 인지도가 대폭 상승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영화, <킬 빌>이다.




영화는 브라이드가 결혼식 날 빌과 그의 조직이자 자신이 몸담았던 데들리 바이퍼스에게 처참하게 당해 5년 동안 코마 상태에 있다가 깨어나, 차례로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다. <킬 빌>은 총 2부작인데, 1편의 흥행으로 2편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러닝타임 문제로 1, 2부로 나누어졌다고 보면 된다. 그중 1편은 도쿄를 배경으로 오렌 이시이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통쾌한 타란티노의 복수극의 느낌이 제대로 드러난다. 평소 이런 복수극을 좋아한다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 사실 복수의 이유야 매우 단순하고 뻔한데, 이걸 마법같이 화끈한 액션으로 덮어버린다.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진짜 타란티노의 매력은 걷잡을 수 없다. 챕터별로 전개하는 타란티노식 편집도 유효하고, 만화를 섞거나 흑백으로 연출하는 장면도 종종 나오는데 너무나 매력적이다. 특히 만화 연출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수준. 타란티노는 아시아 영화광으로도 유명한데, 그래서 그런지 아시아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장면도 수두룩하다.

정말 뛰어난 액션 영화라는 평가처럼, 액션 하나는 정말 화려하다. B급 영화의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다짜고짜 싸우고, 굉장히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여준다. 특히 <킬 빌>은 트레이드 마크라고 볼 수 있는 일본도를 가지고 싸우는데, 상술한 것처럼 아시아 영화광 타란티노가 보여주고 싶은 일본 무술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영화는 아시아, 특히 일본풍이 강하게 풍긴다. 타란티노가 아시아 영화, 혹은 문화를 얼마나 동경하고 있는지 아주 잘 알 수 있기도 하다. 영화의 수위는 엄청 높다. 피가 뿜어져 나오는, 말 그대로 유혈낭자한 칼부림을 보여주는데, 쾌감이 오진다. 죄책감이 드는 통쾌함이 아니라 타란티노의 연출력 덕분인데, 이 때문에 보는 내내 너무나 즐겁다. 피가 흥건한데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2가지 정도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중 하나는 과장된 액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얼리티함 아니라 만화에서나 볼 법한 반응을 보여주니 서늘함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두 번째는 바로 음악이다. 영화를 보면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봤던 음악들인데, 정말 흥겨워서 미칠 정도다. 이전부터 타란티노는 사운드트랙을 정말 탁월하게 사용하는데, <킬 빌>이 그 정점에 있다고 본다.

브라이드, 혹은 우마 서먼의 캐릭터성은 정말 확실하다. 킬 빌 하면 노란 옷 입은 금발 여성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설립한 영향은 정말 엄청나다. 이미 <펄프 픽션>에서 타란티노와의 케미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았는데, <킬 빌>에서 터진다. 도쿄를 배경으로 한 만큼 일본 배우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어색함이 보이지는 않는다. 1편의 메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오렌 이시이는 가장 공들인 빌런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녀의 과거 스토리를 보여줄 때 그 포스는 정말 잊을 수가 없다. 데들리 바이퍼스의 모든 인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오렌 이시이의 매력을 따라잡을 캐릭터는 없다. <곡성>에서 나와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쿠니무라 준이 나온다는 점도 관람 포인트. 하여튼 타란티노의 영화는 캐릭터의 매력도 확실하다.

일단 익숙한 음악에 맞춰 화끈한 액션이 펼쳐진다는 것만으로도 빠져들만한 영화다. 타란티노의 통쾌한 복수극에 화려한 액션, 그리고 탁월한 사운드트랙까지. 타란티노 영화 중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작품이다.




총점 - 9.5
유혈낭자한 칼부림이 극한의 쾌감으로 다가오게 하는 강력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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