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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an 06. 2021

<씬 시티/Sin City>

흑백과 독백과 강렬한 남녀가 만나 탄생한 극한의 섹시함이란.

타란티노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다 조금은 신기한 작품을 만났다. 무려 세 명의 감독이 공동 연출한 영화인데, 그 감독들이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라면? 흥미가 갈만한 작품일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타란티노는 스폐셜 감독이지만, 이왕 도장깨기하는 겸 몽땅 보자 싶어서 바로 관람했던 영화, <씬 시티>다.




영화는 순수한 스트립 댄서 낸시를 보호하기 위해 총을 든 형사 '하티건', 자신과 하룻밤 사랑을 나눴지만 죽음을 맞이한 골디라는 여인을 위한 복수를 하는 파이터 '마브', 그리고 창녀들의 구역 올드 타운에서 피할 수 없는 싸움에 휘말린 그녀들을 도와주기 위해 애쓰는 사진작가 '드와이트'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충 줄거리만 봐도 옴니버스 형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좀 특이한 건 수시로 시점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한 인물이 죽어야 바뀐다는 점 정도. 옴니버스 구성을 통해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석구석 보여준다는 점이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디스토피아적인 매력이 한가득 묻어나는 씬 시티라는 배경을 꽤나 꼼꼼히 활용하는 편이다. 수위도 상당히 높다. 이 부분은 타란티노의 색깔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은데, 그 특유의 엽기적이면서 잔인하고 화끈한 폭력이 종종 보이기도 한다.

영화의 영상미와 색감이 정말 강렬하고 뛰어나다. 영상 혁명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인데, 특히 대부분 흑백 화면이지만 피의 붉은색이나 노란색 등은 그대로 보여줘 인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만화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이걸 CG가 티 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원작 코믹스를 각색한 만큼 코믹스의 느낌이 나게 하는 연출로 보였다. 영화는 또 독백이 상당히 많은데, 정말 간지나는 배우들의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펼치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단점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독백이 나와 후반부로 갈수록 좀 지루하다는 점 정도. 액션도 화끈하다. 단순히 자극적인 폭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카 체이싱부터 총격전까지 아주 뛰어나다. 다만 과장되어 있는 듯한 부분이 수두룩해 현실성은 조금 떨어지는 정도. 하지만 이런 영화에 현실성을 바라는 것은 사치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영화는 정말이지 섹시하다.

호화로운 배우진도 눈길을 끈다. 우선 브루스 윌리스가 맡은 하티건이라는 캐릭터는 듬직한 보호자의 정석 같은 느낌이다. 끝까지 낸시를 구해주고 맞이하는 결말은 정말 멋있으면서도 절절하다. 미키 루크가 연기한 마브는 단연 독보적인 캐릭터다. 만화에서만 볼 수 있던 캐릭터를 영화로 끌고 와 아주 화끈한 액션을 보여준다. 죽기 직전까지도 절대 굽히지 않던 그 호기와 패기란. 빠져들 수밖에 없다. 클라이브 오웬이 분한 드와이트도 정말 매력적이다. 온갖 멋은 다 부리지만 정작 하는 것은 없는, 그런 캐릭터인데, 나름대로 재미를 주는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베네시오 델 토로가 연기한 재키 보이. 단순한 조폭으로만 끝나는 줄 알았던 그는 죽어있는 연기(..)까지 매우 잘한다. 이외에도 낸시 역으로 나온 제시카 알바도 눈에 띄며, 로어크 주니어 역을 맡은 닉 스탈, 로어크 역을 맡은 룻거 하우어, 케빈 역을 맡은 일라이저 우드, 골디/웬디 역으로 나온 제이미 킹, 그리고 미호 역으로 나온 데본 아오키 등 인상깊게 등장한 배우들이 상당히 많다.

다만 조금은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서사도 사실 아쉬운 것은 사실이며, 특별하다고 할 장점이 몇 가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영상미, 배우진으로 버틴 영화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취향도 살짝 갈린 듯한 느낌. 체감 시간이 조금 길었다. 그럼에도 온갖 섹시함은 갖춘 영화, <씬 시티>다.




총점 - 6.5
흑백과 독백과 강렬한 남녀가 만나 탄생한 극한의 섹시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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