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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an 09. 2021

<그녀의 조각들/Pieces of a Woman>

삶이 조각난 고통스러운 비극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시선.

이미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던 2021년 기대작 중 하나인 <그녀의 조각들>. 기대했던 작품들 중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이라서 꽤나 기대를 안고 봤다. 베니스 영화제가 바네사 커비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고, 상당한 상을 휩쓸고 있기도 한터라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는데, 그래서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바로 관람했다.




영화는 가정 분만을 시도하다 아기가 죽고 만 마사가 슬픔에 잠겨 모든 일을 마주하지 않고 홀로 이편에 남아 깊은 어둠을 응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첫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진통하는 과정에서 30분 동안 이어지는 롱테이크는 정말 환상적이다. 게다가 상당히 사실적으로 전달해서 그 고통을 직접 느낄 수도 있었으며, 기대감을 대폭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비극이 찾아오고, 조각나버린 그녀의 삶을 표현하듯이 계속해서 화면이 전환된다. 상당히 영리한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헤아릴 수 없는 비극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시선도 아주 효과적이다. 그 점에서 오는 흡입력은 정말 엄청나다. 다만 훌륭한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많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중반부부터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을까 싶은 궁금함이 밀려오는데, 그 기대감에 반의반도 미치지 못하는 결말은 많이 실망스럽긴 했다. 초반부의 롱테이크가 기대감을 너무나 부풀린 듯싶었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나타내는 메타포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우선 마사의 남편이 짓고 있는 다리가 있는데, 시간이 흐를 때마다 점점 완성되고 있다. 그리고 완성이 된 다리엔 그녀 혼자 있으며, 치유되었고 성장했으며, 과거를 보내주는 모습이다. 다리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인 <그녀의 조각들>은 마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어린 딸의 사진 조각들을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조각들은 마사가 용서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요소라 이 또한 중요한 듯 보인다. 다 자란 사과나무는 과거를 잊고 성장해 미래를 살고 있다는 마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담고 있는 것들도 상당히 많은 영화다. 이러한 비극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잘못한 사람이 없는 이 비극을 겪는 것은 오로지 당사자들뿐이며, 마녀사냥으론 그 비극을 치유할 수 없다. 소통의 부재는 이를 해결할 수 없으며, 딛고 일어서 용서하고 성장해나가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것이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바네사 커비는 정말 대단하다. 저번 <분노의 질주: 홉스 & 쇼>에서 발견이라는 생각이 딱 들었던 배우인데 <그녀의 조각들>에서 연기력으로 증명한다. 그녀의 연기력은 초반 롱테이크에서 바로 입증이 되는데, 쉽지 않은 임산부 연기를 30분 동안 유지했다는 것이(물론 편집점들이 있겠지만) 정말로 대단해 보인다. 임산부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중후반부의 감정 연기도 참 잘해낸다. 다만 마사라는 캐릭터 자체는 감정이입하기 좋지만 주체하지 못하는 부분이 조금 보이긴 해 이질감이 들긴 한다. 샤이아 라보프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처음에는 못 알아봤는데, 수염을 기르니까 톰 하디 같기도 하다. 하여튼 그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았으나 캐릭터 자체의 비중이 적었다는 점은 좀 아쉽다. 조연진의 연기도 아주 훌륭하다. 마사의 엄마 역을 맡아 후반부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엘렌 버스틴, 조산사 역을 맡아 초반부 롱테이크에서 좋은 서포트를 해준 몰리 파커, 그리고 사라 스누크, 일라이자 슐레싱거, 그리고 베니 사프디 등의 연기력도 출중하다. 베니 사프디가 조연으로 나와 놀라기도 했다.

롱테이크도 좋고 연기도 좋고, 정말 너무 좋았는데, 후반부에 뭔가 하나만 더 있었다면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을 듯하다. 하지만 훌륭한 수작이며, 바네사 커비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그녀의 조각들>이다.




총점 - 7.5
삶이 조각난 고통스러운 비극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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