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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an 03. 2021

<차인표/What Happened to Mr.Cha?>

어느 하나를 건드릴 때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함이 가득하다.

제목도 차인표, 주연도 차인표, 주인공도 차인표인 굉장히 독특한 영화가 2021년 첫 영화로 찾아왔다. 필자에겐 익숙하지 않은 배우인 차인표의 변신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상당히 큰 도전을 한 것 같이 보이긴 하다. <극한직업>을 제작한 어바웃 필름과 떠오르고 있는 넷플릭스의 만남도 신선했던 영화, <차인표>다.




영화는 과거의 영광에만 젖어 사는 차인표가 우연히 들어갔던 학교 샤워장이 무너지면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정신을 차리고 한층 더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선 독특한 제목만큼 오프닝과 시작도 상당히 색다르다. 실제 배우 차인표를 내세우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차인표 자신에 대한 성찰을 다루고 있다는 점 등 새로운 도전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차인표라는 배우를 새롭게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좋게 작용하는 편이다. 다만 영화는 B급 무비에서 볼 수 있는 병맛, 혹은 코미디, 나아가선 재난 탈출물의 느낌을 표방하려 하고 있는데, 어느 하나 충족시키지 못하고 아쉬움만 남게 한다. 신박하기는 커녕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코미디로 가득해 웃음보다는 답답함과 짜증이 먼저 느껴지고, 재난 탈출물이라고 하기엔 스케일이 너무나 작아서 애매하다. 어느 한 가지를 건드릴 때마다 금방이라고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이 극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감독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싶어 했지만 영화의 그릇은 너무나도 작았다.

실제 배우를 가져왔다는 독특한 설정은 눈길을 끄는 것에만 그쳤다. 차인표라는 배우를 데리고 와서 얻는 메리트는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정말 빈약하다. 그리고 블랙코미디로도 보이고 싶어 했는지 곳곳에 풍자한 듯싶은 부분도 있는데, 소리만 지르고 대충대충 넘어가니 완성도가 뚝 떨어진다. 거기에 인과관계도 너무 급조한 티가 난다. 복선과 사건의 텀이 좀 있어야 극이 좀 살아날 텐데, 복선으로 추정되는 영화적 장치를 보여주고 바로 터뜨려버리고, 상황을 일부로 만드는 듯한 뉘앙스가 강해 극이 깔끔하지 못하고 뚝뚝 끊어지는 듯하며,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개연성도 연출도 어정쩡하고 부족하며, 심지어는 코미디마저 유치하게 다가와 보는 내내 언제 끝나는지만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였다(여담이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때 얼마나 남았나 확인했는데 50분이나 남아있어서 꺼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생략하고 간략화했다면 조금 더 좋게 만들 수 있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계속해서 드는 영화다.

남는 건 차인표의 열연밖에 없다. 정말 차인표만 고생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감독과 작가는 차인표에게 미안하다고 해야 되지 않나 싶을 정도다. 과거에 갇혀버린 자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와닿는 편이지만, 그 과정과 연출이 너무나 심각해서 못 봐줄 정도다. 다른 캐릭터들도 많이 아쉽다. 매니저라는 사람은 답답하게만 행동하다 갑자기 차인표에게 깨달음을 주지 않나, 학교 인물은 너무 멍청해 짜증 날 정도였으며, 쓸데없이 존재하는 캐릭터들도 너무나 많다. 안 그래도 작은 스케일에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꾸역꾸역 집어넣으려고 하다 극 자체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데, 없어도 될 캐릭터가 가득하게 존재하는 바람에 이 불안함은 더욱더 커져 결국 무너져버린다. 뭐든지 적당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영화기도 하다.

2021년 첫 영화인데 너무 실망했지만 액땜했다고 생각을 하려고 한다. 화려한 2021년 라인업이 더욱 기대(?) 되게 만든 영화, 차인표만 죽어라 고생한 영화, <차인표>다.




총점 - 4
어느 하나를 건드릴 때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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