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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an 11. 2021

<패닉 룸/Panic Room>

긴장감을 부여하는 공간, 완화하는 인물.

스릴러든 공포든 액션이든 긴장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공간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그 대표적인 예로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 <샤이닝>이 있다. <샤이닝>은 한정된 호텔이라는 공간을 너무나도 잘 활용해 그다지 무서운 장면 없이 긴장감을 폭발시키는 엄청난 영화다. 다만 한정된 공간이 있더라도 연출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쫄깃한 긴장감을 잘 이끌어내는 감독 중 하나가 바로 데이빗 핀처다. 그런 데이빗 핀처의 스릴러 영화, <패닉 룸>이다.




영화는 남편과 이혼하고 딸 사라와 함께 안전한 공간 패닉 룸이 있는 새 집으로 이사 온 멕이 이사 온 첫날 집에 들어온 세 명의 강도를 피해 패닉 룸에 들어가고,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선 상술한 스릴러의 기본 공간 활용을 아주 잘하는 편이다. 시작부터 집안 곳곳을 보여주면서 한정된 공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상당히 빠르게 위기가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긴장감을 아주 잘 이끌어나간다. 멕부터 범인들까지 집안 구석구석을 이동해가며 사건을 전개한 결과다. 여기서 데이빗 핀처의 탁월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적인 사건의 변주들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개인적으로 카메라 워킹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전작 <파이트 클럽>에서도 자주 선보였던 카메라 워킹을 보여주는데, 굉장히 인상적이다.

다만 공간의 활용은 굉장히 뛰어났지만 캐릭터를 다루는 것은 조금 아쉽게 다가오기도 한다. 스릴러의 기본은 메인 빌런이 굉장히 악랄하거나 치밀해야지 긴장감이 상승하는데, <패닉 룸>의 삼인방은 흡사 <나 홀로 집에>의 도둑들과 비슷한 이미지가 풍겨 가끔가다 실소가 나오게 하는 경우가 다반수다. 이렇게 덜떨어진 듯한 강도들의 지능을 반영한 것인지 몰라도, 캐릭터들이 취하는 행동 자체가 이해 가지 않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아서 답답하기까지 한다. 기껏 올려놓은 긴장감을 인물들이 완화시키는 듯한 느낌이다. 거기에 몇몇 설정들도 아쉽다. 그렇게 진부하지만은 않은 캐릭터 설정과 여러 변주들은 좋지만, 너무나 안전한 공간과 범죄자들의 낮은 지능이란 설정들은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강도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서 안전한 공간, 패닉 룸에만 들어가면 긴장감이 줄어드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

조디 포스터가 분한 멕이라는 캐릭터는 강인한 여성상이라는 점이 또 포인트다. 남자 강도 3명에게 굴하지 않고 딸을 지키기 위해 방법을 찾는 모성애를 지닌 캐릭터라는 점도 좋다. 다만 딸과의 인과관계는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며, 그녀가 지닌 폐소공포증이란 약점은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와중에 조디 포스터의 연기는 정말 좋다. 번햄이라는 캐릭터는 강도들 중 유일하게 눈여겨볼 만한 인물이다. 데이빗 핀처의 교묘함이 보이는 캐릭터라고나 할까. 마지막 장면을 보고 안타까운 감정이 들고 나서 아차 싶게 만드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포레스트 휘태커의 연기도 참 안정적인 편. 사라는 나름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나, 앞서 말했듯이 강도들은 참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사라였다는 점이 좀 놀라웠다. 흡사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연상시키는 외모였는데, 크리스틴 스튜어트였다니. 중후반에 등장하는 경찰 캐릭터도 짧지만 멋있는 활약을 해 많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스릴러 장르의 긴장감은 잘 이끌어냈지만, 이 긴장감을 영화 내적 부분에서 스스로 깎아내려버린 아쉬운 작품이기도 했다. <나 홀로 집에> 스릴러 버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설픈 강도들이 아쉽기도 했지만, 충분히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었으며 데이빗 핀처의 연출력이 돋보이기도 하는 영화, <패닉 룸>이다.




총점 - 7.5
긴장감을 부여하는 공간, 완화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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