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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an 12. 202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반대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의 삶, 죽음, 사랑, 인생이란 이야기.

인생은 태어나 보호받으며 자라고, 젊음과 사랑을 즐기고, 노년기에 접어들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하며 정상이다. 하지만 늙은 상태로 태어나서 점점 젊어진다면? 이러한 상상력을 담고 있는 <위대한 개츠비>로도 유명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으로 바탕으로 데이빗 핀처가 연출한 작품이 있다.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리뷰다.




영화는 80대의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 벤자민 버튼이 부모에게 버려져 양로원에서 크고, 그 와중에서 데이지라는 소녀를 만나 사랑을 이룬 후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과 점점 늙어가는 데이지의 모습을 그린다. 영화의 시작은 거꾸로 가는 시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시계가 벤자민 버튼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출발이다. 그러고는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았던 벤자민 버튼이라는 인물의 인생을 돌아본다. 대부분의 핀처 작품에서 나왔던 극적인 반전이나 카타르시스를 주는 장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렇다고 특별한 인생이 아니었는가? 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고, 그런 인생들은 모두 특별하며 소중하다. 영화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한 사람의 소중한 인생, 특별했지만 보편적일 수 있는 인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르다. 영화를 벗어나 곱씹을만한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영화는 인생을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에서 특히 사랑과 운명에 대해서 깊게 고찰한다. 신께선 영원한 삶을 만들지 아니하셨지만, 영원한 사랑은 만들었다. 그걸 증명하는 것이 벤자민과 데이지의 사랑이다. 서로의 모습이 다를 때나 같을 때나 사랑하고, 마지막을 함께하는 사랑.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내고 있는 영화다. 모든 인연은 운명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갈릴 것이고, 영화 내 등장인물들의 의견도 각각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운명이든 아니든 모든 만남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과 운명.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지 않을까. <포레스트 검프>보다는 아니지만 시대사를 돌아보기도 한다는 점이 나름의 재미를 주기도 하며, 벤자민의 독백으로 마무리되는 엔딩은 상당히 여운이 깊다. 왜 보는 사람마다 호평 일색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이 영화가 수작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일기를 읽는 것으로 전개하는 과정은 진부하거나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며, 중요하게 보이는 몇몇 장면들에 있어서 후딱 넘어가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큰 흐름은 잡고 있지만 중간중간 에피소드들을 나열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들도 있었다. 물론 필자도 아주 좋게 봤지만, 아쉬움도 은근히 묻어나는 영화기도 했다.

벤자민 버튼이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특별하고 독특하다. 외모뿐 아니라 인생 자체가 특별하다. 어른 몸에 갇힌 벤자민, 아이 몸에 갇힌 벤자민 등, 나이에 맞지 않는 생각을 가진 캐릭터는 정말 재밌다. 다만 이러한 설정 자체를 잘 활용하지는 못한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젊어지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것처럼. 벤자민 역으로 분한 브래드 피트는 정말 멋있다. 데이지라는 캐릭터가 오히려 더 좋게 보였다. 늙은 벤자민을 한눈에 알아봤으며, 아기로 변해 죽어가는 벤자민 곁을 지켜준 캐릭터. 벤자민을 정말 사랑해 죽기 전까지 '굿나잇 벤자민'이라고 말하는 캐릭터. 너무나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사랑을 한 캐릭터. 이를 케이트 블란쳇의 섬세한 감정연기로 훌륭하게 살려낸다. 케이트 블란쳇이 아니었으면 누가 이 캐릭터를 살려냈을까 싶기도 하다.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해 반갑기도 했다. 마허샬라 알리부터 엘르 패닝, 그리고 틸다 스윈튼까지. 조연진들도 상당한 편이라 무게감도 잘 잡혀있는 영화다.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남긴 메시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가치가 상당한 작품이다.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긴 했지만 호평할 만한 작품이며, 데이빗 핀처의 훌륭한 수작인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다.




총점 - 8
반대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의 삶, 죽음, 사랑, 인생이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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