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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an 21. 2021

<소울/Soul>

우울하고 답답해도 그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우리 즐기면서 살아요.

픽사가 돌아왔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저격하는 애니메이션을 수두룩하게 제작한 픽사, 그중에서도 <몬스터 주식회사>, <업>, <인사이드 아웃>과 같은 명작들만 직조해낸 피트 닥터 감독의 신작 <소울>이다. <코코>에서는 죽음의 세계를 다뤘다면, 이번 <소울>은 태어나기 전의 세상을 픽사 특유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냈다. 영화 <소울> 리뷰다.




영화는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 가드너가 꿈에 그리던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날, 예상치 못한 사고로 태어나기 전의 세상에 떨어지게 되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온갖 위인들도 포기한 영혼 22의 멘토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픽사는 대체로 어른들이 보기에도 훌륭한 영화들을 많이 만들지만, 이 영화는 유독 어른들을 겨냥해서 만든 듯한 느낌이 강하다. 우리가 왜 살아가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성공이나 목적만을 쫓느라 망각했던 이 사실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답답했던 일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픽사의 마법이 다시 한번 작용한다. 무의미한 행동의 나열로만 보이는 우리의 인생은 절대로 무의미하거나 쓸모없지 않다. 모두의 인생은 소중하고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살아있어야만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하루하루를 즐기자. Carpe diem! 어떻게 보면 메시지는 많이 익숙한 것들이고 뻔해 보일 수 있지만, 어느 때처럼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힘이 있다. 픽사 영화는 정말 강하다.

정말 픽사는 명불허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기도 한다. 영상미는 단연 최고고, 기술력, 상상력, 그리고 디테일 모두 압권이다. 조금은 진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픽사 특유의 아기자기함, 그리고 유머 모두 잡아내면서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다. 중간중간 들리는 한국어와 한글은 깨알 재미. 재즈를 담고 있는 만큼 노래도 너무나 좋다. 원래 재즈를 좋아하는 편인데, 더 좋아진 느낌. 영화의 음악이 담고 있는바도 확실하다. 조의 모습을 한방에 보여주듯 불협화음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로 끝나는 엔딩 크레딧. 이런 부분도 신경 쓴 픽사의 연출력은 정말 대단하다. <소울>의 내러티브는 지금까지 봐왔던 일반적인 픽사 애니메이션과 궤를 달리하는 편이다. 픽사도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 보이고, 덕분에 진부하지 않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서사였다. 상술했듯이 <코코>와 비슷하면서 다른 매력을 뽐낸다. <코코>는 죽음을 아름답게 그려냈다면, <소울>은 태어나기 전, 그리고 죽기 전까지의 삶을 다루면서 비슷한 듯 다른 메시지를 보여준다. 많은 것을 깨닫게 하는 픽사다.

픽사의 캐릭터답게 조 가드너와 영혼 22 모두 캐릭터성이 확고하다. 상극의 모습을 보여주는 두 캐릭터 모두 우리에게 깊은 울림은 준다. 삶의 소중함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결국 화합하면서 진정한 삶의 즐거움을 찾아낸다. 둘의 케미가 극의 활력을 불러일으킨다는 장점은 덤. 제이미 폭스와 티나 페이의 목소리 연기도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제이미 폭스는 <리오>에서 더빙을 한 번 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굉장히 뛰어나서 놀라웠다. 티나 페이는 통통 튀는 캐릭터인 22를 아주 잘 살려낸다. 목소리만으로 이렇게 살려내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인데. 영화는 메인 빌런이라고 할만한 캐릭터가 없다. 물론 테리라는 캐릭터가 있지만, 악한 캐릭터라고 보기에는 힘든데, 메인 빌런이 없음에도 굉장히 훌륭한 서사를 보여준다는 점이 픽사의 강점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미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빌런 없는 명작을 보여줬던 피트 닥터가 이번에도 성공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보게 될 것이다. 목적만 생각하느라 그동안 잊고 살았던 푸른 하늘.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따스한 햇살.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즐기면서 살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만드는 영화, <소울>이다.




총점 - 9
우울하고 답답해도 그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우리 즐기면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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