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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an 28. 2021

<세자매/Three Sisters>

한없이 무거운 분위기의 극을 휘어잡는 세 배우의 뛰어난 앙상블.

최근 들어 한국 영화들은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로 민감한 주제를 풀어나가는 경향이 보인다. 국내 상업 영화의 퀄리티가 나날이 떨어짐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해서 큰 스케일의 영화들이 개봉을 하지 못한 것도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작년 <소리도 없이>부터 꽤나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들이 수두룩하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주연의 <세자매>도 그런 영화들과 궤를 같이한다.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다르지만 상당히 무겁게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 <세자매> 리뷰다.




영화는 괜찮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괜찮은 척하는 첫째 희숙, 많은 고민을 안고 있지만 완벽한 척하는 둘째 미연, 술과 함께 피폐한 삶을 살고 있지만 안 취한 척하는 셋째 미옥 이 세자매가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한자리에 모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상술했듯이 영화는 굉장히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극을 전개해나간다. 이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자녀들, 그리고 사과를 해야 하는 부모들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한다. 또한 일관된 태도로 쉽게 벗어나지 않고 영화의 의도도 확실하게 알게 해준다. 하지만 너무 이러한 분위기가 너무나 과하게 다가온다. 조금만 조절했어도 영화에 몰입이 확실하게 되며 극에 쉽게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많이 담아내는 바람에 피로도가 확 증가해버린다. 관객을 같이 심연 속으로 끌고 가는 듯한 느낌이라 보는 도중에도, 보고 나서도 너무 지치고 힘들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아버지에게 용서받을 일이 있는 세자매가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리지만, 상당히 많은 시간을 세자매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사건들의 나열로 할애한다. 덕분에 다 다르고 독특한 성격을 가진 세자매의 캐릭터성을 확보가 된다. 다만 성격을 설명하는 사건들마저 너무나도 극단적이고 과하다. 한 가정에서도 보기 힘든 사건들을 전부 집어넣어 버리니 전체적인 서사보다 특정 사건 하나 하나에만 집중이 되어버린다. 이로 인해 후반부에 나오는 중대한 원인과 중심적인 사건들이 굉장히 뜬금없어 보이는 불상사를 야기한다. 필자는 미리 줄거리를 훑어보고 가서 덜했는데, 그럼에도 조금은 의아한 타이밍에 사건이 전개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무게감을 조절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쉽게 다가온다. 그 사건들 사이에서 나름의 매력이 들어가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칼국수나 바나나킥 같은 음식들이나, 촬영 구도, 그리고 배경 등이 꽤나 매력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무게감 있는 분위기와 엉성한 서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마지막까지 힘 있게 끌고 가는 이유는 바로 배우들에게 있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세 배우의 앙상블로 이루어진 환상적인 연기는 아쉬움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극한의 상황에서의 몰입도를 높이고, 꽤나 다양한 영역에서의 감정 연기를 보여주지만 무너지지 않는 배우들의 모습에 상당히 놀랐다. 문소리 배우는 굉장히 우아하고 기품 있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중간중간 소름이 끼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미연이라는 캐릭터를 너무나 잘 살려낸 목소리 톤이 압권이다. 개인적으로 세 배우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다. 개인적으로 <응답하라 1988>에서 먼저 만난 김선영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마찬가지로 캐릭터를 아주 잘 잡아내며, 기억에 남는 폭발적인 연기는 물론, 존재감만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힘이 엄청나다. 장윤주 배우도 기대 이상이었다. <베테랑>으로 스크린 데뷔를 한 장윤주 배우도 연기가 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조한철, 현봉식 등 익숙한 배우들로 이루어진 조연진도 나름의 장점이다.

너무 무겁게 다가가는 바람에 오히려 몰입도가 깨져버리는, 그런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영화지만, 전하고자 하는 바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영화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이기도 하다.




총점 - 6.5
한없이 무거운 분위기의 극을 휘어잡는 세 배우의 뛰어난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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