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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an 28. 2021

<펭귄 블룸/Penguin Bloom>

극복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적당한 동반자와, 단 하나의 용서로 완성된다.

끊임없이 치고받는 액션도, 뛰어난 상상력이 돋보이는 공상 과학도, 드라마틱 한 반전도 없이 잔잔한 울림과 힐링만이 담겨있는데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영화가 있다. 27일 넷플릭스가 오리지널로 공개한 영화 <펭귄 블룸>도 그렇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뻔한 감동을 줄 것 같지만, 나름의 메시지와 담담함을 가진 영화다. 정말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영화, <펭귄 블룸> 리뷰다.




영화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난간이 부러지는 바람에 걷지 못하는 장애가 생긴 여자 샘이 그의 가족과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자신과 같이 몸이 불편한 까치 '펭귄'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샘이 겪은 사고를 포함해서 절대로 극적으로 그리지 않고 상당히 잔잔한 분위기로 극을 이끌어나가는 편이다. 덕분에 영화를 처음 마주했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인데, 영화 풍경만으로 힐링 받는 게 얼마 만인지 싶다. 게다가 영화는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담아놓은 음향 편집으로 풍경과 소리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정말 만족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고 샘을 비롯한 주인공들의 서사가 처지게 만들지는 않는다. 완급조절이 뛰어난 전개와 짧은 러닝타임으로 시련을 극복해나가는 샘의 여정을 꽤나 흥미롭게 풀어낸다. 덕분에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하게 느껴지는 단점도 가져오지만, 확실한 장점인 것은 분명하다.

한순간의 사고로 인해 일상생활의 지장이 생겼을 때 느끼는 심적 고통, 소외감을 비롯해 자신이 왜 존재하지는 지에 대한 의문까지 꽤나 다양한 심리 묘사를 통해 감정 이입이 쉽게 만든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답답함과 고통을 꿈을 이용해 표현하는 연출도 꽤나 영리하다. 그리고 당사자 뿐 아니라 자신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자책하는 인물까지 설정해 용서와 극복 과정을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소외감을 느낄 때 자신과 같은 처지의 동물, 펭귄을 만났다는 점은 굉장히 중요하다. 시련의 극복 의지는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동질감과 심리적 안정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펭귄은 샘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만든, 도우미이자 동반자다. 그에 비해서 펭귄이 가지고 있는 역할은 생각보다 적지만, 나름의 매력을 챙겼다는 점은 훌륭하다. 또한 극복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야 한다. 자전거에서 넘어지는 것처럼, 카약에서 물에 빠지는 것처럼. 한 번 넘어져야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 용서까지 첨가되면, 비로소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극복에 성공하는 것이다. <펭귄 블룸>은 이를 아주 잔잔하지만 흥미로운 내러티브로 보여준다.

나오미 왓츠는 극한 상황에서 겪는 심리적 압박과 고통, 그리고 신체적 고통을 모두 잘 표현해낸다. 상술했듯이 샘의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 보이긴 하나, 나오미 왓츠의 안정적인 연기로 잘 이끌어나가는 편이다. 극의 분위기상 폭발적인 연기는 보여주지 않았으나 상당히 인상적이다. 펭귄과의 케미도 꽤나 재미있으며, 극을 주도하는 힘이 상당히 강력한 배우다. 여담이지만, 여기서 굉장히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하긴 벌써 50세가 넘으셨으니), 세월이 상당히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킹콩>에서의 미모는 아직도 기억나는데. <워킹 데드> 시리즈로 유명한 앤드류 링컨도 아내를 위해서 도와주고 걱정하는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빠 캠을 아주 잘 연기해낸다. 노아 역의 그리핀 머레이-존스톤도 꽤나 눈길을 끈다. 여느 뛰어난 아역들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앞으로 눈여겨볼 배우로 남을 듯싶다. 등장인물이 많지는 않지만 각각의 매력이 출중해 극을 가득 메우는 느낌이다. 정말 끈끈함이 느껴지는 가족, 친구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잔잔한 힐링 영화이기도, 뛰어난 실화 바탕 영화이기도 한 <펭귄 블룸>은 도대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의 재미를 선사한다. 종종 아쉬움이 보이는 연출과 서사이지만, 배우들과 풍경, 그리고 메시지가 주는 울림이 상당히 깊은 영화, <펭귄 블룸>이다.




총점 - 7.5
시련의 극복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적당한 동반자와, 단 하나의 용서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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