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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Feb 07. 2021

<맬컴과 마리/Malcolm & Marie>

결국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되는 치열하고 애증 가득한 공방전의 끝.

흑백 영화는 인물과 상황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조할 때 많이 흑백 연출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맹크>를 비롯해 현재까지도 많은 흑백 영화가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떠오르는 신예 젠데이아와 <테넷>으로 스타덤에 오른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연기력이 빛날 <맬컴과 마리>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그 결과는 어땠을지. <맬컴과 마리> 리뷰다.




영화는 맬컴이 연출한 새로운 영화의 개봉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여자친구 마리의 기분은 좋지 않고, 결국 감정이 격해진 두 사람이 하룻밤 동안 말싸움을 주고받는 이야기를 그린다. 흑백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모두 담아내고 있는 영화다. 흑백의 영상미가 극의 분위기를 장악하며 2인극이라는 극의 특징을 아주 잘 살려낸다. 인물과 상황, 이 두 가지에만 명확하게 집중시킨다. 그리고 굉장히 정적이면서도 극적으로 극을 풀어내는데, 완급조절이 꽤나 뛰어난 편이라 명확하게 흘러간다.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롱테이크 촬영에 있다. 시작하자마자 펼쳐지는 장시간의 롱테이크는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영화는 또한 굉장히 연극적인데, 때문에 극의 흐름이 어색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 연극으로 제작되었어도 상당히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맬컴과 마리>의 독특한 특징은 극 중 시간의 흐름을 한 번도 섞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흔한 플래시백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극을 전개해 나가는데, 그럼에도 굉장한 힘을 지녔다. 여러모로 강력한 영화다.

영화는 담고 있는 것도 상당히 많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래서 이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궁금할 텐데, 영화는 굉장히 잔혹하고도 치열한 공방의 연속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으로 수렴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오직 둘만 등장하는 2인극의 형태로 둘의 관계를 아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는데, 세세한 것들로도 다투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관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불안정하고 불완전하지만 서로를 위한 진정한 사랑. 둘의 잔인하고 애증 가득한 말싸움은 결국 용서와, 감사와, 사랑으로 귀결된다. 개인적으로 60-70년대를 다루는 것처럼 보였는데 현대 배경이라서 조금 놀랐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인 흑인 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첨가되어 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흑인 인권을 지지하는 영화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오히려 예술 평론가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우리는 흑인 주연의 영화들을 모두 정치적으로 엮으려고 하지는 않는가. 그게 오히려 차별인 게 아닐까. 최근에 이어지고 있는 무분별한 PC 질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맬컴과 마리>의 주인공은 딱 두 명, 맬컴과 마리 뿐이다. 조연은커녕 엑스트라조차 존재하지 않는 이 영화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두 주연배우 젠데이아와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힘은 정말이지 굉장하다. 과장을 좀 보태서, 등장인물이 오직 두 명 뿐이라는 걸 영화가 끝나고 알았을 정도로 상당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감정 연기가 8할을 차지하는데, 너무나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이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고를 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대부분 동의하듯이 젠데이아의 퍼포먼스가 엄청나다.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신예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연기. <위대한 쇼맨>,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만 보여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연기파 배우로 들어섰다는 생각이 든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도 <테넷>에서 보여줬던 모습보다 훨씬 더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연들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도록 강력한 아우라를 내뿜었던 두 배우의 앞날이 더욱더 기대될 뿐이다.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는데, 상당히 괜찮았던 작품이다. 북미 평가가 안 좋다는 점이 의아할 정도. 보고 나면 왠지 난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많이 찾아보고 곱씹어 보길 바라는 영화다.




총점 - 8
결국 서로에 대한 진심과 사랑으로 귀결되는 치열하고 애증 가득한 공방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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