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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Feb 11. 2021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

양극화된 분열 사회를 어루만지는 빼어난 휴먼 드라마.

2월 10일 공개된 톰 행크스 주연의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올해 공개작 중 가장 눈길이 가던 작품 중 하나였다. 일찍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작품이란 소식과 더불어 톰 행크스 특유의 분위기를 정말 좋아하는 터라 기대를 안 할 수 없었다. 거기에 꽤나 매력적인 서부극까지 더해진다면 간만에 대작 하나가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과연 어땠을까. <뉴스 오브 더 월드> 리뷰다.




영화는 텍사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뉴스를 읽어주는 남북전쟁 참전용사 키드 대령이 우연히 고아 소녀 조해나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기 위한 여정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그린다. 영화는 시작부터 지루해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잔잔하고 담백한 연출을 고수한다. 그리고 이런 연출을 끝까지 가져가는데, 예상외로 지루하기는커녕 흥미진진함이 가득하고 극을 깔끔하게 만들어낸다. 정말 왜 재밌는지 모르겠는 영화들 중 하나. 이런 영화들이 참 좋다. 사실 영화 자체는 어쩌면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참전 용사가 말도 안 통하는 어린 여자아이를 구출하고, 우여곡절을 통해 서로 마음의 문을 여는 이야기. 굉장히 식상하지만 어쨌든 먹힌다. 이게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싶다. 굉장히 정적인 분위기는 극 전체, 심지어는 총격전까지 유지되는데, 그럼에도 총격전 자체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과연, <본> 시리즈를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답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기본적으로 키드 대령과 조해나, 두 인물이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로드 무비라고 볼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영화는 양극화된 분열 사회를 어루만지는 휴먼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남북 전쟁이 끝났지만 여전히 대립, 갈등 중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남북 전쟁 직후의 상황을 잘 풀어냄과 동시에 우리 현재의 모습과 겹쳐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는 키드 대령과 조해나의 관계를 통해 극명하게 갈린 분열 사회를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차별에 대한 이야기도 훌륭하게 해내는 편이며, 흔해 보일 수는 있지만 경각심을 가져야 할 반전(反戰) 요소도 담아내고 있다. 반전 요소를 남북 전쟁에서 가져왔다는 점은 나름 신선하게 다가오고, 덕분에 매력적인 서부를 배경으로 극을 풀어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서부의 광활한 풍경을 아주 잘 담아낸 촬영이 인상적이며, 1800년대의 서부 모습을 재현해낸 미장센도 뛰어나다. <킹콩>, <다크 나이트>, <신비한 동물 사전> 시리즈의 음악을 맡은 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음악도 아주 뛰어나다.

이 영화를 기대한 건 아카데미의 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연 배우 톰 행크스와 서부극의 만남이라는 점이 가장 컸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인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를 볼 때 상당히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톰 행크스는 뭔가 뻔하지만 피할 수 없는 휴머니즘을 잘 전달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데, <뉴스 오브 더 월드>에서도 그 영향력은 유효하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식상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톰 행크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집중하게 되고, 꽤나 인상적인 감동을 만나게 한다. 조해나 역을 맡았던 헬레나 젱겔도 꽤나 인상적이다. 영어를 하지 못하고 인디언 언어를 하는 여자아이를 잘 연기했으며, 톰 행크스와의 케미도 좋은 편이다. 딱히 이렇다 할 조연들은 나오지 않는데, 꽤나 인상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다 중간에 퇴장해버린다. 순간의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너무 인물을 낭비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매력적인 조연 한 명쯤은 가지고 있어도 나쁘지 않았을 듯싶다.

톰 행크스와 헬레나 젱겔이 선사하는 훌륭한 서부 로드 무비면서, 그와 동시에 양극화된 현대 사회를 보듬어주는, 상당히 빼어난 수작이다. 꽤나 굵직한 작품들을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의 첫 작품을 이 영화로 만나게 됐지만 나름 만족스러웠으며, 왜 아카데미가 주목하고 있는지 알게 된 작품이기도 한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다.




총점 - 8
두 인물이 선사하는 감동적인 로드 무비면서, 양극화된 분열 사회를 어루만지는 빼어난 휴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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