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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Feb 08. 2021

<스왈로우/Swallow>

내면의 불안과 고난을 몽환적으로 뒤쫓고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국내 OTT 플랫폼 중에서는 정상에 서있는 왓챠가 TV 프로그램에 이어 영화까지 수입하기 시작했다. 왓챠 프리미어라는 이름으로 국내 미개봉 작품들을 2월 한 달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헤일리 베넷 주연의 <스왈로우>가 나름 인기다. 국내에선 제한 개봉을 한 탓인지 개봉 사실조차 몰랐는데, 왓챠 프리미어로 인해서 쉽게 관람할 수 있게 된 영화, <스왈로우> 리뷰다.




영화는 완벽한 남편과 좋은 집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는 듯한 헌터가 임신을 한 후부터 삼켜서는 안 될 물건들을 삼키는 이식증 증상이 발현되고, 이식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숨겨두었던 그녀의 과거를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단연 미장센이다. 포스터나 예고편부터 심상치 않은 미장센이 많이 기대됐는데,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은 숏들로 기대감을 제대로 충족시켜줬다. 영화는 9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앞세워 관객들을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들게 만드는데, 이는 훌륭한 연출과 색감이 큰 역할을 한다. 물론 후반부에 들어서는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영화의 미술적인 측면에서는 정말 압도적이라고 느껴진다. 인상적인 구도, 그리고 정갈하게 배치된 구조, 또한 정적인 카메라 워킹까지. 여러모로 아름다운 영화다. 관객을 영화적 아름다움으로 홀리다가, 인물의 과거와 사건을 착실히 밟아가고,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참 인상적인 영화다.

현대 사회의 결핍과 아픔에 대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듯 보였다. 남에 대해 무관심하고, 또 개인의 비밀은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삶을 유지하려고 악착같이 행복한 척을 하는 사람들. 이런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상당히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을 찾아온 비극은 예기치 못한 것이 아니었음을.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죄악으로 생각되는 무관심, 그리고 나의 숨기고 싶은 비밀이 타인에 의해 밝혀지는 상황 같은 계속된 스트레스와 억압에 노출되어 왔던 헌트로부터 오는 분노를 상당히 잘 표출한다. 폭발적이지도, 그렇다고 무미건조하지도 않게 심리적 긴장감을 잘 유지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같은 레퍼토리의 반복이 아닌 흥미로운 이야기를 계속해서 뒤쫓고, 감독이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때문에 영화는 끝을 맺을 때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데, 엔딩에 가서는 찝찝함이 전혀 없고 깔끔한 기분이 든다. 굉장히 독특한 설정과, 이를 꽤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나름의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헤일리 베넷이 단연 압권이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으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던 헤일리 베넷은 최근까지도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힐빌리의 노래>와 같은 작품에서 조연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주연으로서의 능력도 아주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식증이라는 희귀병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대단하다. 헌트라는 캐릭터도 조명하고 싶다. 보는 내내 안쓰러울 정도로 마음의 짐이 많은 캐릭터였는데, 참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억압이 아닌 위로와 용서였는데. 나는 괴물이 아니라는 말 하나. 울분의 표출을 이식증으로 나타내던 그녀가 스스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기억해두고 싶은 캐릭터였다. 오스틴 스토웰 등의 조연진들이 꽤나 등장하는 편이지만 인상적이지는 않다. 헤일리 베넷의 원맨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영화.

왓챠 프리미어에는 솔직히 눈이 가는 작품이 몇 없지만, <스왈로우> 하나만큼은 좋았던 작품이다. 취향을 많이 탈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맘에 들었던 작품, <스왈로우>다.




총점 - 7.5
내면의 불안과 고난을 몽환적으로 뒤쫓고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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