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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Feb 12. 2021

<퍼펙트 케어/I Care A Lot>

결국 영화가 심어주고자 하는 건 카타르시스가 아닌 경각심.

데이빗 핀처의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가장 주목받은 요소는 명실상부 에이미 역의 로자먼드 파이크였다. 특유의 아우라로 에이미 역을 완벽 소화해낸 로자먼드 파이크는 치밀하고 소름 끼치는 여성 캐릭터 하면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배우다. 물론 배우가 한 가지 이미지에만 갇혀있을 수는 없기에 다양한 역할을 해오던 그녀였는데, 오랜만에 에이미를 연상시키는 치밀한 여성 캐릭터를 맡았다. J 블레이크슨이 연출한 영화, <퍼펙트 케어>에서 말이다.




영화는 은퇴한 노인들을 보호해 주는 척하지만 사실은 이들의 집을 비롯한 재산을 터는 일을 하는 CEO 말라가 호구나 다름없는 다음 타깃에게 작업을 걸지만, 그 타깃이 심상치 않은 존재임이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포스터나 예고편을 보면 로자먼드 파이크와 에이사 곤살레스가 크게 한 탕을 하거나, 혹은 끝내주는 복수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을 기대하고 갔다간 실망할 수 있는 영화다. 기본적으로 기발한 범죄 소재 자체는 정말 좋지만, 이것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끌어내지 못하는 연출력이 참 아쉽게 다가온다. 황당하게 다가오기까지 하는 개연성은 물론 할 말을 잃게 만드는(진심이다) 결말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덮어버린다. 정말 재미있게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이런 전개와 개연성을 보여주니 참 아쉽게 다가온다.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는 커녕 웬만한 범죄/스릴러 장르 영화와 비교해도 상당히 미적지근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아 보는 내내, 심지어는 엔딩 바로 직전까지도 혼란스럽다. 결국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복수극, 혹은 성공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지나친 야망과 자존심에 대한 경각심과, 이런 일들이 만연한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근데 이게 너무 갑작스럽게 나온다. 화끈한 복수극으로 이끌어가는 듯싶다가 갑자기 방향을 급선회해 이런 메시지로 후려버리니 굉장히 황당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영화는 단순하게 즐기기도, 깊게 고심하기에도 부족한 영화가 되어버린다. 조금은 부족하게 다가오는 서사도 아쉬운데, 말라와 메인 빌런과의 대립은 나름 긴장감 있게 이어지는 편이지만, 제대로 된 위기가 엔딩 30분 전에 찾아온다. 결국 복수(라고 하기에도 애매한)는 25분 만에 끝나버리는데, 너무 급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완급 조절 자체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 이런 영화는 캐릭터 구축이 8할은 먹고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납득할 만한 캐릭터성을 내세우고, 관객들이 이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영화는 이마저도 실패한다.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말라라는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아쉬운데,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의 포스가 전혀 풍기지 않는다. 개인적으론 오프닝 장면부터 캐릭터성을 굉장히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 에이사 곤살레스는 꽤나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버려져 아까운 캐릭터를 만났다. 말라의 동업자처럼 등장했다가 평범한 애인으로 전락해버린 모습. 캐릭터를 더 잘 살렸다면 빼어난 여성 버디 무비로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쉽다. 피터 딘클리지의 웅장한 포스는 여전하지만, 가끔씩 개그 코드로 쓰일 때가 있어서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그의 신체를 농담거리로 삼을 수 있는지. 다이안 위스트는 우디 앨런 영화를 보면서 많이 만났는데, 연기는 좋으나 존재감이 없다. 꽤나 중요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많이 하고 가서 그런지 아쉬운 점이 너무 크게 박힌 듯싶다. 로자먼드 파이크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은 편이며, 나름 신선한 영화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필자에겐 꽤나 아쉽게 다가온 영화, <퍼펙트 케어>다.




총점 - 6
결국 영화가 심어주고자 하는 건 카타르시스가 아닌 경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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