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Feb 14. 2021

<몬스터 헌터/Monster Hunter>

이처럼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볼 때마다 언급하는 거지만 좋은 영화로 만들어내기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운이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성적이 계속 안 좋다 보니 이제는 게임 네임드만 믿고 대충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 그래서 이번에 개봉한 <몬스터 헌터>도 솔직히 큰 기대를 하고 보지는 않았다. 블록버스터가 멸종하다시피 부족해진 극장가에서 웅장한 스케일을 맛보기 위해서 관람했는데 어땠을지, <몬스터 헌터> 리뷰다.




영화는 UN 합동 보안 작전부의 아르테미스 대위가 실종된 팀원들을 찾기 위해 나서지만 실종된 이들과 같은 현상으로 인해 미지의 세계인 몬스터의 세계로 빠지고, 거대한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유일한 생존자가 된 그녀가 몬스터 헌터와 마주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선 <원더우먼 1984> 이후로 한동안 뜸했던 블록버스터 영화로서는 나름 괜찮은 편이다. 아무런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즐기기 위한 액션 블록버스터로 생각하고 간다면 그렇게 나쁘지 않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런데 영화는 이러한 점을 제외하면 전부 다 엉망진창이다. 서사는 나름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구축하긴 했지만 블록버스터임을 감안해도 심각하게 느껴질 정도로 여기저기 구멍이 나있고 황당하게 흘러간다. 정말 마지막에 가서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대충 만든듯한 전개가 펼쳐지는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꿋꿋하게 후속작까지 예고한다. 돈 벌고 싶은 건 이해하겠는데, 제발 좀 시작을 잘 다져놓고 후속작을 만들면 안 되는 걸까.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북미에서의 흥행도 폭망해서 후속작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다행이다.

몬스터가 나온다고 웅장한 스케일에, 도시가 날아가는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다가는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영화는 괴수를 캐릭터의 세계로 불러들이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괴수들의 세계로 보내면서 스스로 스케일을 줄이는 선택을 한다. 거기에 압도적인 모습보다는 점프 스퀘어, 이른바 갑툭튀를 남발하는 바람에 극이 괜히 가벼워지고 답답해진다. 심지어는 액션도 멋없게 느껴진다. 거대하고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마지막에 가서는 나름 스케일을 키워보려고 하는데, 가당치도 않다. 결국 영화는 스스로를 옥죄면서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블록버스터의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원작 게임이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을 미지의 세계로 보내는 설정 자체가 안 좋게 작용한 것 같다. 게다가 이런 스토리를 이세계(異世界)물로 다뤄버리니 한없이 작아 보인다. 거기에 클리셰는 범벅이라서,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될지 훤하다. 1시간 43분의 러닝타임 2시간 43분으로 느껴졌다. 쿠키 영상마저 가관이다.

밀라 요보비치의 고군분투다. 밀라 요보비치의 매력, 액션을 제외하면 캐릭터에서도 얻어 갈 것이 하나도 없는 영화다. 사실 밀라 요보비치가 맡은 캐릭터인 아르테미스 대위 자체도 그렇게 특색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나 좋은 점이라면 그녀의 과거를 괜히 되새기지 않고 흘려보내는 정도. 토니 자가 분한 몬스터 헌터도 정말 정말 매력 없다. 관객들은 아르테미스 대위가 몬스터 헌터를 만나 몬스터들을 해치우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기다릴 텐데, 거대한 몬스터들의 세계에서 사람 둘이서 투닥거리질 않나, 농담 따먹기를 하지 않나. 캐릭터 설정 자체도 별로지만 활용도 정말 정말 못한다. 중간에 또 추가되는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정말 왜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론 펄만이란 배우가 아깝게 느껴진다. 영화는 결국 캐릭터의 서사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채 러닝타임이나 채우기 급급하다. 그저 돈만 바라보고 몬스터 헌터라는 프랜차이즈를 망하게 만든듯한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모든 부분에서 엉망진창인 영화를 극장에서 본 건 <#살아있다> 이후 처음인 거 같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몬스터 헌터>가 조금 더 나은 편이긴 한데, 거의 비슷한 정도. 개인적으로 <뉴 뮤턴트>보다는 괜찮았다.




총점 - 3.5
이처럼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퍼펙트 케어/I Care A Lo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