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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Feb 16. 2021

<매치 포인트/Match Point>

인생이야 운만 있으면 된다는 비범하고 강렬한 냉소.

기존의 동어반복적인 주제와 연출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는 영화, <매치 포인트>. 일단 기본적으로 정말 재밌다. 일단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우디 앨런 특유의 연출은 잠시 접어두고, 조금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는데, 이것마저 좋다. 대사나 상황이나 소품이나 우디 앨런의 느낌이 나면서도 다르다. 시니컬한 모습도 빼먹지 않는다. 영화는 운이 인생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절실하게 보여주는데, 특히나 라스트 신이 압권이다. 마치 우디 앨런이 옆에서 '인생? 그거 운만 있으면 되던데?'라고 말하는 거 같다.

타고난 운이냐, 아니면 노력이냐에 대한 질문에 동화적인 대답을 던져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네트에 걸린 테니스 공을 비유로 드는데, 이 테니스 공을 연상시키는 반지를 보여주는 장면은 정말 미쳤다. 천재적인 연출이다. 인생은 결국 운이지. 되는 놈은 언제나 되니까. 이러한 아주 불공평한 세상을 냉소적으로 전달해 주는 우디 앨런의 매력이란. 언제나 들어있는 불륜 소재가 이번에는 굉장히 스릴 있고 긴장감 있게 드러난다. 범죄자에게 이입하게 만드는 연출이 엄청난데, 이걸 의식했음에도 끝까지 그에게 몰입해서 봤다. 그리고 마지막에 뒤통수를 후리는 결말은 얼얼하다.

스칼렛 요한슨은 진짜 이쁘다. 등장부터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이후로 우디 앨런과 영화를 꽤나 찍었던데, 그 작품들에서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연기도 아주 훌륭한 편. 앨런은 참 오페라같은 고전적이면서 교양 있는 취미와, 배우 같은 꿈을 가진 캐릭터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여기에서 앨런의 느낌이 팍 사는듯한 느낌. 앨런이 뉴욕을 벗어나 영국 런던에서 찍었는데, 역시나 풍경을 잘 보여준다. 뉴욕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공간 설정도 탁월했다는 생각도 든다.

기존 우디 앨런 스타일과 꽤 달라서 대중적인 인기도 얻을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평소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더라도 이 작품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그리고 필자도 이런 연출이 더 좋았다). 여러모로 훌륭했던 영화, <매치 포인트>다.




총점 - 8
인생이야 운만 있으면 된다는 비범하고 강렬한 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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