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집착하는 독백을 듣는 이는 아무도 없는 냉정한 현실.
<미드나잇 인 파리>와 더불어 우디 앨런의 21세기 최고작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작품, <블루 재스민>. 워낙 좋은 작품이라는 말을 듣고 관람했음에도 상당히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까지 유지했던 통통 튀는 코미디의 탈을 벗어던지고, 굉장히 진중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드라마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확실히 여러 스타일의 연출법을 구사할 줄 아는 감독이다. 영화는 잘나가던 재스민이 한순간에 망하고, 평범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부유했던 과거와 안정적이지 못한 현재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몰입감이 엄청나다.
한창 부족할 것 없는 인생을 보내고 있던 재스민이 망한 현실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과거에 사로잡혀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는데, 이러한 재스민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그리고 이해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 재스민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고 회피하면서, 과거에만 집착하고 또 다른 과거를 만들려고 하는 인간의 참상. 속물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평범한 생활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남의 인생을 평가절하하는 모습은 굉장히 복잡 미묘하게 다가온다. 굉장히 공감되다가도, 재스민처럼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게 만든다. 강렬한 채찍과도 같은 영화다.
케이트 블란쳇이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한 영화다. 정말 우아하고, 때론 밉상인 재스민 캐릭터를 너무나 잘 살려낸다. 그녀의 연기 중 최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해낸다. 영화의 몰입감도, 재스민에게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도, 전부 케이트 블란쳇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동생 진저 역을 분한 샐리 호킨스도 정말 존재감이 대단하다. 그녀의 캐릭터 또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전작 <로마 위드 러브>에 이어 훌륭한 연기를 해내는 알렉 볼드윈과 더불어 피터 사스가드, 바비 카나베일, 마이클 스털버그 등 훌륭한 연기를 해내는 조연진들의 역할도 컸다. 여러모로 훌륭한 영화다.
그의 코미디적인 특징은 최대한 적게 담아내면서, 앨런 특유의 냉소와 냉정한 현실의 모습은 극대화한 영화다. 우리 내면에 은밀히 도사리고 있는 특성을 너무나 잘 담아내고 있는 영화, <블루 재스민>이다.
총점 - 9
과거에 집착하는 독백을 듣는 이는 아무도 없는 냉정한 현실.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지금의 인생을 마주하라는 앨런의 강렬한 채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