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라는 빗속의 거리를 소요하는 것, 거부할 수 없는 그 순간의 낭만.
우디 앨런 감독에 뉴욕 배경이고 비까지 온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사기에 가까운 조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포스터에서부터 예상할 수 있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거기에 우디 앨런의 위트있는 대사와 피식하게 만드는 불륜 소재까지 더해지면 화룡점정. 사실 냉정하게 보면 또 다른 자기복제라고 볼 수 있는데, 구조와 이야기는 <로마 위드 러브> 속 한 가지 에피소드에서, 또 비 오는 분위기와 캐릭터 설정은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따온 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여기에 배경만 뉴욕으로 바꾼 듯. 다만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그 자체라서 너무 낭만적이고 영상미나 촬영 자체도 너무 이쁘다.
다만 영화 내적으로 보면 솔직히 얻을 게 없다.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느낌이 강하다. 전개 자체가 어색하며 개연성도 말아먹을 때가 많은데, 이를 수습하려 하지도 않고 앨런뚱땅 넘어가버린다. 너무 급하기도 하며 뜬금포로 중요한 이야기를 던져버릴 때가 종종 있다. 참 애매하다. 그리고 대사에 나오는 말처럼 참 클리셰다. 오프닝부터 전개, 그리고 엔딩까지. 영화를 쭉 보다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전개로 흘러가는데, 영화의 외관을 보면 용서가 된다. 덕분에 엔딩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티모시 샬라메와 엘르 패닝이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앨런 영화 중에서 이렇게 어린 커플을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는 없는 것 같은데, 은근 새롭게 다가온다. 티모시 샬라메는 비 오는 배경에 찰떡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정말 압도적이다.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압권. 다만 분위기에 취할 새도 없이 들어오는 독백은 좀 깨긴 한다. 엘르 패닝은 로맨스는 좀 안 찍는 것처럼 보였는데,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쁘게 나온다. 셀레나 고메즈도 주연급인데, 참 매력적이지만 아무래도 배우 경력이 짧다 보니 좀 어색하게 느껴지긴 한다. 이 외에 리브 슈라이버, 주드 로, 레베카 홀 등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음악. 정말 비 오는 뉴욕에 어울리는 재즈 곡이 흘러나올 때는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미칠 것만 같다. 그냥 내 취향 그 자체인 음악과 배경. 티모시 샬라메가 부를 뿐만 아니라 영화에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Everything Happens to Me'는 너무나 낭만적이다. 당분간 이 노래만 듣게 생겼다.
정말 낭만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내용 자체는 솔직히 좀 아쉽다. 내용 자체도 좀 좋았다면, <미드나잇 인 파리> 그 이상이었을 텐데..
총점 - 6.5
청춘이라는 빗속의 거리를 소요하는 것, 거부할 수 없는 그 순간의 낭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