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이 있었다. 한쪽 길을 택했다. 다른 길은 돌아오지 않았다.
정말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굉장히 난해하다고 느낄 영화인 <가지 않은 길>은 사실 스토리만 보면 단순한 편입니다.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가진 아버지를 딸이 24시간 동안 보살피는 이야기를 짧은 러닝타임 내에 담아내고 있으니까요. 다만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상징과 과감하게 생략된 영화가 너무나 많아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로버트 프로스트가 지은 동명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읽고 보면 조금 이해가 가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 관람 후에 읽었는데,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시가 오히려 이 영화의 전반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인생에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가지 않은 길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독특하고 익숙하지 않은 구성으로 풀어내는 점은 좋게 보이네요. 다만 구성 자체는 좋았으나, 이를 좀 더 깊게 파고들지 못한 단순한 서사와 같은 이야기의 반복은 아쉽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상당히 불안하고 답답한데, 이를 너무 오랫동안 보여주기 때문에 러닝타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지칩니다. 그리고 생략이 상당히 많은 데다 엔딩에 다다라 급하게 마무리하려고 하는 바람에 부녀가 겪는 사건의 과정이 너무 부실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요.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진짜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잘 표현했으며, 관객들을 힘들게 하는 일등공신입니다. 정말 좋았네요. 하비에르 바르뎀과 대조되는 연기를 보여준 엘르 패닝도 굉장히 훌륭했습니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보여주는 연기를 잘 받쳐주며, 보호자와 동반자 역할을 잘 해주고 있어서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아역 배우의 느낌이 덜 들더군요. 셀마 헤이엑도 출연해서 나름 기대를 했는데,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연기는 참 인상적이었네요. 하비에르 바르뎀과 엘르 패닝이 극을 이끌어간다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인물의 심리묘사와, 독특한 구성과 신박한 주제의 혼합 자체는 좋았지만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하고 러닝타임을 늘려 조금 탄탄하게 만들었으면 조금 더 만족했을 영화일 것 같아서 참 아쉽네요.
★★★
:갈림길이 있었다. 한쪽 길을 택했다. 다른 길은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