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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r 17. 2021

<어디갔어, 버나뎃>

세상에는 실패하는 것보다 시도하지 않는 것에 더 아파하는 이들이 있다.

당시에는 그냥 개봉하는 작품으로만 알고 넘겼던 작품이 유명 감독의 작품인 것을 알고 화들짝 놀라는 경험을 몇 번 했습니다. 링클레이터 감독의 <어디갔어, 버나뎃>도 그런 작품 중 하나였는데요. 취향에만 맞으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들을 뽑아내는 감독이라 나름 눈여겨 본 작품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작들에게는 미치지 못하는(워낙 압도적인 작품들이 많긴 했습니다만) 완성도를 보여줘 아쉽게 다가온 작품이었네요.

우선 초반부의 이야기 전개가 굉장히 불친절하게 흘러가는데요. 이걸 조금이라도 설명해주고자 내래이션과 더불어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장면들이 버나뎃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구요. 다만 이러한 장치들이 극의 전개를 굉장히 늘어지게 하고 지루하게 만든달까요. 그리고 이렇게 설명을 해주지만 중후반까지 맥락을 알 수 없는 전개를 보여준 점은 아쉽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기존 링클레이터 감독이 보여주었던 작품들과 다르게 극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강했는데요. 덕분에 꽤나 답답하고 지루하게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디갔어, 버나뎃>의 가장 큰 패착은 시간 분배에 있는 것 같네요. 정작 메인이 되어야 할 흥미로운 이야기가 영화의 30-40분을 남겨두고 시작하니, 그 전까지는 굉장히 루즈하고 그 이후는 허겁지겁 마무리하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거든요.

다만 그 흥미로운 30분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선 스토리 자체가 재미있게 흘러가기도 하구요, 아름다운 남극을 배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게 합니다. 결말 자체는 꽤나 뻔하게 귀결되기는 하지만, 익숙한 맛이 무서운 법이니까요. 어느정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편입니다. 예술가는 예술을 해야한다는 전언이 상당히 인상깊게 다가오고 있네요. 꼭 예술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뭔지를 찾아내고, 그것을 하는 것이 우리 자신의 인생을 빛내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세상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실패하는 것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는 것에 더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 부류 중 하나이고요. 그래서 참 와닿았습니다.

케이트 블란쳇은 보면 볼수록 참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케이트 블란쳇의 출연작이 한 13편 정도 되는데, 각 작품마다 모두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다양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배우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버나뎃 가족을 이루는 비와 엘진 역을 잘 소화해낸 엠마 넬슨과 빌리 크루덥도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 엠마 넬슨은 데뷔작이던데 뭔가 <키싱 부스>의 조이 킹 느낌도 나는 것이 자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마전 <원더우먼 1984>로 극장가를 찾았던 크리스틴 위그도 꽤나 중한 비중을 차지하며 열연하고 있고, 주디 그리어, 로렌스 피쉬번 등 쟁쟁한 조연진들이 극을 풍부하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연출 면에서는 아쉽게 느껴지지만,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와 캐릭터의 매력으로 활력을 불어일으키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런 영화가 한 둘이 아닌 것에 기시감이 들기도 하지만, 편안하게 보면서 잔잔한 울림을 받기에는 안성맞춤인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
:세상에는 실패하는 것보다 시도하지 않는 것에 더 아파하는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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