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불분명한 집결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굉장한 관심을 받고 있으면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조스 웨던이 마무리한 2017년의 <저스티스 리그>는 대체 어떤 완성도이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염원하고 열광하는지 말이죠. 그래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의 공개 하루 전을 앞두고 감독판과 비교할 겸 일반 극장판의 완성도를 한 번 맛봤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맛없네요.
DCEU의 가장 큰 패착은 DC 코믹스를 잘 모른다면 알아차릴 수 없는 설정들을 별다른 설명도 없이 밀어붙인다는 점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DC 코믹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데, 마더 박스니 하는 생소한 개념들이 시작하자마자 막 쏟아져 나오니 조금 감당하기 어렵기는 하더군요. 물론 막 던져주지는 않고 어느 정도의 설명을 해주는데요, 각 등장인물의 솔로 무비로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요소들을 2시간짜리 영화에 모두 집어넣으려고 하니 굉장히 어수선하게 느껴지고, 또 정작 영화의 이야기를 풀어낼 시간이 부족해지다 보니 허겁지겁 얼렁뚱땅 넘어가는 경향이 많이 보였습니다. 또한 솔로 무비의 부재가 있다 보니 각 히어로들이 모이는 과정이 너무나 급하게 보이고, 뚝뚝 끊기는 느낌이 강하더군요(이건 감독 교체의 탓이 있어 보이지만요). 이러면 각 히어로들을 모으는 의미가 없어지는데 말이지요. 또한 급전개를 통해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은 물론, 영화의 메인 플롯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엉망진창인 서사는 덤이구요.
액션은 킬링타임 용으로 즐길만하지만 한 방이 없는데요. 아마 이건 불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모인 오합지졸의 팀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플래시가 달려도, 아쿠아맨이 헤엄쳐도, 원더우먼이 싸워도, 슈퍼맨이 압도해도, 크게 다가오는 액션이 없다는 점은 참 아쉽게 다가오네요. 거기에 배트맨은 이렇다 할 액션을 보여주지도 않더군요. 솔로 무비의 부재로 인해 각 캐릭터의 기본 설정들을 잡아주고 있는데요, 각자의 사연들이 어설프게 느껴지긴 하지만 나름 어떤 상황을 겪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간단하게 보여주는 점은 나쁘지 않았네요. 근데 왜 이걸 팁-업 무비인 <저스티스 리그>에서 하냐구요. 이미 유명했던 CG는 물론이고, 주저리주저리 입으로 설명만 해대며 쉽게 해결하려는 모습이 너무 많이 보였네요. 거기에 심각한 번역은 할 말이 없게 만드네요.
DC만의 매력이 보이긴 하나, 감독 교체가 영향을 미친 것인지 이질감이 드는 장면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점은 참 아쉽네요. 신화나 전설을 히어로물에 잘 버무리거나 'Everybody knows'를 비롯한 훌륭한 선곡은 마음에 들었지만 이것만으로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요. DC는 캐릭터 구축도 정말 아쉽게 하는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원하는 캐릭터는 이런저런 매력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인데, <저스티스 리그>는 단순한 정석을 따르기는커녕 기존 캐릭터성을 붕괴시켜버리는 알 수 없는 행동을 해버립니다. 너무나 평면적이라서 매력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배우들의 매력 밖에 안남았어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부터 보였던 아무런 설득 없이 마음을 바꾸어 버리는 캐릭터성은 정말 최악이더군요. 이렇게 쉽게 합류해버리면 관객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급감한다는 걸 DC와 워너만 모르나 봅니다.
한 번 찍어 먹어 봤는데, 도로 뱉어내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당연히 확장판)보다 별로였네요. 다행히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다는 좋았습니다.
★★
:목적이 불분명한 집결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