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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r 22. 2021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위대한 시리즈의 환상적인 피날레.

삼부작으로 구성된 시리즈를 트릴로지라고 부릅니다. 삼부작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참 익숙하기도 한데요. 그렇기에 많은 수의 트릴로지들이 우리를 찾아왔고, 훌륭한 트릴로지도 많이 제작되었죠. 그러면 가장 뛰어난 트릴로지는 뭘까요. 아직 제가 모든 영화들을 다 보지 않았기에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에 재개봉을 통해 극장에서 관람하게 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꼽고 싶습니다. 판타지를 넘어서요.

일단 판타지의 모든 것을 충족시켜줍니다. 이 영화를 다른 판타지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느껴질 정도로, 방대한 세계관과 사건들을 그대로 영상화한 것이 대단하게만 느껴지네요. 각종 상상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자랑인 전투 장면은 압권입니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의 헬름 협곡 전투 시퀀스도 엄청났지만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미나스 티리스의 전투 장면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꼽는 명장면인 로한의 기마대가 돌진하는 장면은 전율이 돋아서 울컥할 정도였는데, 이러한 웅장한 스케일로 벅차오르게 하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반지의 제왕>이 정말 훌륭한 시리즈인 이유는 아마도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존재하는 세계인 것처럼,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존재하는 설정과 관계가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네요. 피터 잭슨은 영화를 넘어서 하나의 세계를 보여준, 위대한 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정말 현실성이라곤 1도 없는 이 판타지가 유치하지 않고 진중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우리의 모습도 어느 정도 비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 나오는 절대 반지는 엄청난 파워를 보여주지 않거든요. 능력이야 투명해지는 것일 뿐, 오히려 사람을 갉아먹으며 타락시키죠. 그럼에도 이 반지에 환장하는 사람들을 보며 탐욕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작은 물질에 대한 탐욕으로 피를 본 사람들이 허구의 세상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외에도 단순히 넘기기에는 왠지 가깝게 와닿는 각 인물들의 대사들, 그리고 인간들의 추악함 등을 너무나 잘 보여줘서 단순히 허구의 세계를 그린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보면서 이 부분은 정말 기가 막힌다고 생각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캐릭터 분량의 배분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반지를 운반하는 프로도가 주인공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를 너무나 잘 배분해서 모든 캐릭터와 사건들을 만족스럽게 만날 수 있었어요. 프로도와 샘은 물론,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아라곤과 그의 동료들 김리, 레골라스, 간달프의 서사, 로한의 이야기, 그리고 곤도르의 이야기까지. 분량이 모두 알맞게 다뤄지다 보니 모든 캐릭터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캐릭터들은 진정한 주인공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활약을 했던 샘, 그리고 돌아온 왕, 아라곤이었는데,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역대급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 골룸. 단순히 '마이 프레셔스'라는 대사나 생김새만으로 유명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단박에 들더군요.

최종장인만큼 마무리도 정말 훌륭하게 해줍니다. 개인적으로 더 길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예요. 그 정도로 3시간 2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았고 이 세계관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강했네요. 이들의 모험이 끝났을 때, 저도 비로소 현실 세계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어요. 이 영화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가 단순히 스케일이 커서 그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대한 악을 처단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명의 위대한 영웅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끈끈한 연대와 우정 때문이었으니까요. 이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보는 내내 너무 행복했던 시리즈였어요. 나중에 확장판으로 한 번 더 보지 않을까 싶네요. 고맙습니다, 톨킨과 피터 잭슨.




★★★★★
:연대가 모여 역사가 되고, 여정이 모여 세계가 된, 위대한 시리즈의 환상적인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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