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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r 23. 2021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선택 가능한 자유 의지라는 강점을 지닌 인간이란 존재에 대하여.

스필버그야 워낙 다재다능한 거장이지만, 그에게 특별히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단연 상상력과 오락성일 겁니다. 당장 만든 영화들만 해도 <죠스>, <이티>,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이니 말이 필요 없죠. 무려 19년 전인, 2002년에 제작된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스필버그의 상상력과 오락성이 듬뿍 들어간 수작입니다.

스필버그의 SF인 만큼 엄청난 상상력을 자랑합니다. 2002년에 그려낸 기술이라고는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상상력을 보여주는데요. 기본적으로 스필버그라는 감독이 지닌 상상력은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상상력 뿐만 아니라 그럴싸한 기술까지 보여주어 그만의 상상력으로 가득 찬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해낸 점이 가장 놀라웠네요. 이를 단박에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중 가장 주된 기술인 예지자들을 이용한 범죄 예측 기술이 상당히 많은 생각거리를 불러일으킵니다. 시스템은 완벽할지라도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결함은 생기니까요. 미래 기술에 대한 딜레마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정말 매력적인 SF 영화로 다가옵니다. 기존 <에이 아이>에서 보여주었던 아이러니함과 미래 기술의 위험성도 부각한다는 점이 인상깊구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측해서 실제로 행하지 않았음에도 체포한다는 건 참 위험한 일이죠. 설령 정말 일어났을 일이라고 할지라도요. 모름지기 인간이란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가진 생물이니까요. 비록 인간이란 생물이 불완전하더라도 자유 의지는 인간만이 가진 최대의 강점이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SF 장르이지만 예지자 등의 소품들을 보면 판타지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합니다. 그럴싸해 보여야 하는 SF 장르에서 가장 치명적인 게 굉장히 비현실적인 설정인데, 예지자가 바로 그중 하나죠.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는 탄탄하고도 영리한 서사로 이를 가려버립니다. 스필버그의 장점 중 하나인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텔링으로 시종일관 긴장감과 흥미진진함을 유지하는 능력이 일품이더군요. 여러 사족들을 풀어나가기 쉬운 스토리임에도 한 가지 큰 줄기를 계속해서 비틀고 변주하며 끌고 나가는 힘이 강력합니다. 여기서 오락성을 더하는 미스터리 추리물의 느낌과 쫀쫀하게 이어지는 추격전은 놀라웠습니다. 2시간 2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인데, 지루할 틈을 느끼지 못했네요. 약간 후더닛 무비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취향에 맞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떡밥을 풀고 담아내는 스킬이 정말 훌륭하거든요. 딱딱 맞춰지는 사건의 인과관계가 매력적인 쾌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다만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면서 가장 거슬렸던 점은 인물 설정이 거의 다 비슷비슷하다는 점입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주인공인 존의 모습을 보면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진달까요. 이미 수없이 봐왔던 캐릭터의 모습이 겹쳐 보여서 존만의 매력을 찾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배우가 톰 크루즈라는 것을 제외하고는요. 이외에도 스필버그가 인물을 사용하는 능력은 다른 부분에 비해서 조금은 부족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여기서도 그러한 단점들이 드러납니다. 너무 단편적인 캐릭터들의 배치가 꽤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위트워라는 인물의 활용이 너무 아쉬웠네요. 거기에 스필버그 특유의 동화적인 해피 엔딩은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에 잘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 내내 긴장감을 올려놓고서는 갑자기 잘 해결되었다는 식의 마무리를 해버리니 여운이 덜 남았었네요. 스필버그의 이런 엔딩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아쉬운 점에도 정말 훌륭한 SF 영화라는 점은 변함이 없을 것 같아요. 무려 2002년도, 필자가 태어난 해에 개봉한 영화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세련됨을 보여주니까요. 스필버그가 앞으로도 이런 오락 영화를 많이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
:결함은 있지만 선택 가능한 자유 의지라는 강점을 지닌 인간이란 존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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