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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r 28. 2021

<그 여름, 파도가 일었다>

기본적인 로맨스의 모양새도 갖추지 못한 채 휘청휘청.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보면서 참 안타까운 점은 기본적인 부분들도 채워 넣지 못한 작품이 꽤나 보인다는 겁니다. 그런 작품들이 수두룩한데도 계속 피하지 못하는 걸 보면 제가 멍청한 건지 헷갈릴 정도네요. 검증된 명감독이 아니라 넷플릭스 영화를 통해 등단하는 감독의 데뷔작은 이제 걸러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여름, 파도가 일었다>는 그런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심각한 단점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로맨스 영화입니다. 우선 영화가 굉장히 급하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찬찬히 쌓아갈 수 있는 로맨스를 굉장히 급하게 끌고 가면서 당황스럽게 만드네요. 그렇게 급하게 인연을 맺어버리고, 남은 러닝타임을 갈등과 재결합으로 채워버립니다. 보통은 한 가지 에피소드를 이어가다 루즈하게 느껴질 때쯤에 이별 같은 변화를 주는 법인데, 이 영화는 이러한 과정이 너무 반복되기 때문에 사건 자체가 상당히 지루하게 다가오기도 한달까요. 이러한 똑같은 사건의 반복만으로도 황당한데, 여기에 감정 변화를 잘 컨트롤하지 못하는 모습은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드네요. 정말 설득력이라고는 1도 없는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서 정말 답답했습니다.

단순한 로맨스에 그치지 않고 여주에게 희귀병이라는 난제를 부여함으로써 극복하고 성장하는 드라마를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합니다. 일단 다른 비슷한 영화랑 차이점이 없을뿐더러, 그러한 영화들이 다루고 있는 것의 반의반도 보여주지 못하거든요. 치유하려 노력하는 모습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는 어떻게든 절절함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설정인데, 이것도 실패하는 바람에 좀 놀랍기도 했달까요. 그 과정이 상당히 휘청휘청거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기본적인 로맨스의 형태도 갖추지 못했는데, 이런저런 사족을 붙이는 게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가장 큰 패인인 것 같아 보이네요. 한 가지 이야기를 진득하게 끌고 갈 강단 자체가 보이질 않으니, 늘어지는 이야기에 지루하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항상 대충 흘리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아무 매력이 없게 느껴지거든요.

로맨스의 거의 모든 매력은 캐릭터에서 온다고 봐도 될 정도로 각 인물들의 모습과 합이 정말 중요한데, <그 여름, 파도가 일었다>는 이마저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캐릭터의 매력과 플롯이 잘 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애초에 영화 자체가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시키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일차원적인 사건과 대사들로만 넘어가려는 모습이 강하며, 때문에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기는커녕 무슨 떼를 쓰는 아이처럼 보이더군요. 나름의 사연과 이유를 부여하고는 있지만 이를 풀어내는 능력이 너무나 부족해 캐릭터의 행동과 변화가 이해가 가지를 않네요. 또한 나름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는 요트라는 소재를 그냥 표면적인 용도로만 활용하는 게 너무나 아쉬웠네요. 뭔가 희귀병을 가진 요트 선수가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랑을 싹 틔우는 이야기였으면 깔끔했을 텐데, 요트는 저 멀리 제쳐두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허겁지겁 가져다 사용하는 모습은 참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이탈리아 특유의 느낌과 함께 새로운 로맨스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감을 전혀 채워주지 못한 영화였네요. 앞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조금 더 고민하고 봐야겠습니다.




★★
:극복하며 성장하는 드라마는커녕 기본적인 로맨스의 모양새도 갖추지 못한 채 휘청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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