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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pr 04. 2021

<콘크리트 카우보이/Concrete Cowboy>

시종일관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우며 지루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는 아버지와 아들이 카우보이 여정을 떠나면서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며 연대해나가는 로드무비로 예상을 했습니다. 혹은 곤경에 처한 아버지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아들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그런 이야기를 그릴 것 같아 보였죠. 조금은 식상하긴 해도 넷플릭스에서 이 정도 이야기를 잘 뽑아낸다면 수작 이상을 할 거라고 생각이 들었달까요.

다만 <콘크리트 카우보이>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버립니다. 현대가 배경인 건 그렇다 치고, 말을 타고 달리기는커녕 조그만 필라델피아의 마을에서 좀처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거든요. 개인적으로 광활한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는데 좁은 공간에서 답답한 이야기만 계속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루해지고 맙니다. 반항아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듯 보이는 아버지가 서로 함께 지내면서 이해하고 화합하고 연대하는 과정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게 너무 식상한 소재임에도 특별하게 풀어나가지 못하며 오히려 단조롭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정적인 분위기를 통해 이들의 서먹한 분위기를 보여주려고 하지만 이런 가라앉은 분위기는 끝끝내 텐션을 올리지 못해 시종일관 건조하고 지루한 시퀀스의 연속이었네요.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소설 원작 영화를 연출할 때 특유의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요. 소설을 원작으로 했음에도 다소 구멍이 뚫려있는 서사는 굉장히 아쉽게 다가오네요. 확실한 플롯이 있기보다는 단순한 이야기의 나열과 반복에 불과하며 여기에 연결지점까지 너무나 급작스럽고 부자연스럽습니다. 플래시백이 없는 연출은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어정쩡하고 애매한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클라이맥스에서 감동을 특정 행동을 보여주는데요. 이 특정 행동에 의미 부여가 너무나도 빈약해서 여운은커녕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달까요. 대충 흑인 카우보이란 존재와 말과의 교감, 그리고 집은 공간이 아니라 가족이 존재하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안 그래도 익숙한 이 소재를 참신하게 다루지 못할망정 참 단조롭게도 그려놨더군요.

솔직히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뒤통수를 맞더라도 배우들을 보는 맛에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이드리스 엘바와 케일럽 맥러플린의 조합이 어떨지 궁금해서 관람했는데요. 이드리스 엘바는 확실히 노련함을 보여주더군요. 배우 특유의 카리스마와 아우라는 물론이고 안정적으로 극을 끌어가는 고군분투를 보여줍니다. 케일럽 맥러플린은 정말 많이 컸더라구요.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에서도 많이 컸다는 생각은 했는데, 수염까지 기르고 나오니 이거 참 어엿한 청년처럼 보이네요. 시즌 4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다만 이 둘의 조합이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아요. 애초에 이들의 대화 자체도 생각보다 없는 편이고, 또 대화를 해도 그리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감정적으로 싸우고 또 대화로 화해하는, 이러한 레퍼토리의 반복이다 보니 이들의 조합을 즐길 새가 없거든요.

기대를 막 했던 작품은 아니지만 나름 좋은 분위기 같아 보여서 관람을 했더니 조금은 아쉬웠던 영화였습니다. 뭔가 힐링 영화처럼 생각하고 보시면 꽤나 답답하고 건조한 분위기에 거부감을 느끼실 수도 있는 작품이었네요.




★★☆
:시종일관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우며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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