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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r 29. 2021

<마스터/The Master>

결국 의지할 마스터를 찾아야만 하는, 불완전한 인간이란 수수께끼.

개인적으로 폴 토마스 앤더슨의 2012년 작 <마스터>가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어렵고 난해하면서도,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워낙 어렵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나름 각오를 하고 봤는데도 지금까지 봐왔던 여느 영화들 중에서도 정말 정말 난해하고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강했네요. 하지만 이런 극도의 난해함이 거부감만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가 극찬 받는 이유 중 하나겠지요.

영화는 결국 혼자서는 존재하지 못하고 절대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메시지는 조금 더 쉽게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마스터>는 일반적인 극의 구성과는 다르게 굉장히 불친절한 흐름으로 전개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PTA가 이렇게 연출한 이유는 단순히 극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불완전한 인간이란 존재를 완벽하게 투영한 각 캐릭터에 집중하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만큼 프레디라는 캐릭터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 자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잘 그려져 있거든요.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있는가,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들을 아주 훌륭하게 다루고 있다고 봅니다. 세상에 완벽한 마스터는 존재하지 않지요. 그렇다고 홀로 존재할 수는 없는 게 인간이니, 끊임없이 의지할 마스터를 찾는 것의 연속인 인간의 삶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영화는 또 믿음이란 무언인가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톰 크루즈 등이 믿는 것으로 유명한 사이언톨로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를 몰랐어도 사이비 종교에 관한 이야기 다루고 있다는 것 자체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요. 코즈라는 소재를 통해서 믿음과 종교에 대한 광기 어린 모습들을 너무나 잘 담아내고 있고,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고나 할까요. 또한 전쟁 이후의 정신적인 후유증을 다루면서 정신적인 피폐함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후반부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점은 좀 아쉬웠네요.

전체적으로 상당히 어려워서 집중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PTA 특유의 빠져들게 만드는 분위기는 정말 미쳤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이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기도 하고, 조금 피곤하면 쉽게 지치고 졸릴 수도 있는 연출인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경이롭다고 생각이 드네요. 관객들을 화면으로 빨아들이는, 마치 최면을 거는 듯한 힘이 정말 강력합니다. 외롭고 쓸쓸한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듯한 전체적인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또 주제를 관통하는 듯한 여러 명대사들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마스터>의 정수는 단연 배우들의 연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프레디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와 마스터를 연기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가장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워낙 엄청난 명배우들이라 극에서 주는 연기력도 엄청나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건 이 두 배우의 대조되는 스타일입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도 워낙 메소드 연기인데, 여기선 매우 정갈하고 계산된, 정말 마스터 같은 연기를 보여줬다면, 호아킨 피닉스는 불완전한 인간 자체를 보여주는 듯한 자유분방함과 괴팍함이 돋보였어요. 찾아보니까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대부분의 장면이 애드리브라고 하더군요. 워낙 즉석 연기에 능한 배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장면을 애드리브로 채워 넣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개인적으로 <마스터>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보여줬던 파워가 지금껏 그가 보여줬던 에너지 중에 가장 강력했던 것 같습니다. 에이미 아담스도 돋보이는데, 그녀가 맡은 캐릭터 참 인상적이었네요. 이외에도 로라 던, 라미 말렉, 제시 플레몬스 등 익숙한 배우들이 나와 열연하기도 합니다.

정말 어려웠습니다. 난해하게 풀어나가지 않았어도 된다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하는데, 이게 또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하구요. 하지만 인간이란 수수께끼에 대해 여러 원초적인 질문들을 꽤나 잘 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PTA의 최고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손꼽힐 만한 걸작이라고 보네요. 참 오랫동안 고민하고 곱씹어볼 영화일 것 같습니다.




★★★★☆
:결국 의지할 마스터를 찾아야만 마음속 응어리가 풀어지는, 불완전한 인간이란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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