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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pr 06. 2021

<참을 수 없는 사랑>

약간은 삐걱거려도 낄낄거리게 만드는 능청스러운 코엔식 스크루볼 코미디.

코엔 형제도 다양한 영화를 찍어내는 감독이지만, 로맨틱코미디와는 절대 맞지 않을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 코엔 형제의 영화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구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코엔 형제의 영화가 이런 포스터를 하고 있다니 참 신기하네요.

로맨틱코미디라고 장르는 써져 있지만 <참을 수 없는 사랑>은 1930년대 유행했던 스크루볼 코미디 형식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스크루볼 코미디는 개성 있는 두 남녀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온갖 고난을 겪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어찌 보면 현재 로맨틱코미디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장르인데요. 코미디니까 당연히 여러 개그 포인트들도 중요하겠지만은, 스크루볼 코미디가 기타 로맨틱코미디와 다른 요소가 바로 캐릭터에 있습니다. 단순하고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약간은 고집도 있는, 그런 뚜렷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의 공방전이 주를 이루고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확고한 캐릭터를 확립하는 게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참을 수 없는 사랑>은 어느 정도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존스가 특유의 매력들로 능글맞은 캐릭터를 아주 훌륭하고 선보이고 있거든요. 각 배우들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아주 능청스러운 캐릭터 설정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누누이 이야기했던 코엔 형제 특유의 유머는 이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코엔 형제의 특기인 맛깔나는 대사들이 스크루볼 코미디의 요소들과 잘 어울려서 장점이 배가 되기도 하구요. 쏟아낼 때는 모든 것을 쏟아내는 그들만의 코미디가 정말 재미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재판 장면이 하이라이트라는 생각을 하는데, 정신없을 정도로 많은 대사들의 향연이지만 지루하기는커녕 정말 깔깔대게 만드는 연출 능력이 일품입니다. 로맨틱코미디지만 코엔 형제 특유의 스타일이 듬뿍 들어가 있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메시 변호사의 회장이 등장하는 모든 신이 코엔 형제만의 색깔이 아주 잘 드러났다고 생각이 드는데, 나중에 제작된 <시리어스 맨>의 랍비 장면이 생각이 들기도 했달까요. 물론 여기서는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요.

다만 이런 확고한 캐릭터와 매력적인 스타일을 갖췄음에도 로맨틱코미디가 주는 한계점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제아무리 코엔이라도 이 이상을 보여주기는 힘들어 보이더군요. 일단 영화의 짜임새나 구성이 조금은 허술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매끄럽게 진행되는 편이긴 하나 코엔 형제의 이름값을 생각해 본다면 아쉽게 느껴지는 정도랄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각 캐릭터들 간의 관계 변화 과정입니다. 캐릭터 설정 자체는 너무나 매력적이었지만 이런 인물들이 보여주는 엎치락뒤치락하는 관계가 조금은 삐걱거리기도 하고,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끌고 가는 과정이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지점이 존재하거든요. 물론 영화가 선사하는 능청스러움과 사랑스러움은 있지만 이것만으로 채워 넣을 수는 없었네요. 연출의 문제도 있겠지만 코엔 형제의 스타일과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가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패착으로 보입니다.

코엔의 이름값을 기대하지 않고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볼 로코로서는 나쁘지 않은 작품입니다. 충분히 능청스럽고 사랑스럽거든요. 다만 코엔이 보여주었던 기깔난 풍자나 치밀한 완성도를 기대한다면 크게 만족하기는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
:약간은 삐걱거려도 낄낄거리게 만드는 능청스러운 코엔식 스크루볼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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