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지만 일어날 사건들의 연속이었던, 구원을 가장한 필연의 오디세이.
포스터나 영문 제목부터 심상치 않을 영화일 거라 생각이 되어서 나름의 기대와 각오를 하고 봤습니다. 멍청해 보이지만 심오한 느낌도 동시에 드는 영화일 거라 생각을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깔깔대고 웃을 수 있는 사건들로 가득 찬 훌륭한 블랙코미디였네요.
앞선 여러 리뷰에서 코엔 형제의 코미디를 참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여기서도 유효하게 작용합니다. 살짝 모자라지만 사랑스러움을 듬뿍 안고 있는 캐릭터들이 맛깔나는 대사들로 티키타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날 수밖에 없지요. 여기에 코엔 형제의 특기인 풍자를 넣어주면 정말 매력적인 블랙코미디가 탄생합니다. 영화에선 수시로 세례나 구원, 기도, 악마 등 종교적인 요소들이 많이 보이는데, 찾아보니까 오디세이 신화를 각색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기본적인 뼈대와 인물들의 이름만 가져왔지만 어쨌든 신화적 요소가 사회 풍자 코미디와 잘 맞물리는 듯했습니다. 개그 코드도 나름 잘 맞았구요. 구원이 아마도 키워드일 것 같은데, 자신이 위급할 때만 기적과 구원을 바라는 교활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어쩌면 구원처럼 보이는 이것이 이런 세상을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벌로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정말 치밀한 서사도 돋보입니다. 정말 좌충우돌의 사건들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다 연결되어 있는 것들을 보게 되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정말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필연적인 사건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는 사건 하나하나가 맛깔나서 보는 맛이 있습니다. 구원을 가장 필연의 사건들, 어쨌든 일어날 일들이었으니까요. <인사이드 르윈>, <카우보이의 노래>와 같이 컨트리 음악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코엔 형제의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몇몇 음악들은 찾아서 듣고 싶을 정도로 좋았는데, 다소 생소한 분위기의 스타트를 매력적인 컨트리 음악이 잘 잡아줬네요. 노래를 부르는 거의 모든 장면들은 너무나도 인상적이더라구요.
조지 클루니, 존 터투로, 팀 블레이크 넬슨의 조합은 정말 너무나 매력적이고 사랑스럽습니다. 어찌 보면 어이없는 이유로 탈옥한 탈옥수들인데,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어느새 이들에게 빠져서 볼 수밖에 없네요. 조지 클루니는 대표 미남 배우지만 이런 독특한 영화들에 나오는 것이 참 좋은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존 터투로도 코엔 형제 초기작에서 페르소나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자주 나오는데, 진짜 특유의 매력을 가진 배우라서 너무 좋았네요. 팀 블레이크 넬슨이 정말 독보적입니다. <카우보이의 노래>에서 처음 만난 배운데, 진짜 어리바리한 듯하지만 또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그런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코엔 형제에서 가장 독보적인 임팩트를 가진 배우가 바로 존 굿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등장할 때부터 다르네요. 여기서도 짧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홀리 헌터로 잠깐이지만 등장하구요.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게 보았습니다만 후반부의 루즈함과 코엔만의 특별함의 부재는 조금 아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뭔가 큰 한 방도 부족한 느낌이구요. 그래도 코엔 형제의 코미디를 좋아하신다면 강력 추천드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
:기적 같지만 일어날 사건들의 연속이었던, 구원을 가장한 필연의 오디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