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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pr 07. 2021

<레이디킬러/The Ladykillers>

피식거릴 수 있는 한바탕 소동 후에 그들 답지 않은 허전함이 남는다.

코엔 형제 영화는 이미 한 번 봤다가, 안 본 작품들이 있어서 찾아보는 중인데, 그중 대다수가 코미디 영화라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같은 코미디라도 연출력에 따라 강하게 남는 영화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코엔 형제는 이미 검증된 연출력을 자랑하는 감독이니, 어떤 장르라고 해도 기대가 된다고나 할까요.

다만 이 <레이디킬러>는 조금 아쉽게 남은 작품입니다. <참을 수 없는 사랑>에서 여러 각본가들과 각본을 쓰고 나서 좋은 평을 받지 못하자 다시 단독 각본으로 돌아온 코엔 형제인데요. 그런데도 무언가 부족함이 보였습니다. 영화는 할머니에게 연주단이라고 속이고 집 지하실에서 몰래 카지노의 돈을 훔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종종 보이는 소재와 설정인데,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에 보았던 우디 앨런의 <스몰 타임 크룩스>가 생각이 나더군요. 아무튼 약간은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이는 이 강도들이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나름의 풍자를 잘 이끌어내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는 스타일의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코엔 형제의 나름의 유머가 여기서는 잘 작용하지 않더군요. 조금은 귀엽게 보일 수 있는 한바탕의 소동에서 툭툭 코미디가 던져지지만, 낄낄대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는 몇 안 된달까요. 그나마 다행인 건 그들의 스타일이 종종 보이는 장면들은 꽤나 재미있다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는 반복적인 장면들로 유머를 채워 넣고 있는데, 담배를 입에 삼키는 장면이나 쓰레기 배가 수없이 지나가는 장면들은 정말 탁월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케이스에 따라서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보이네요.

개인적으로 후반 30분의 시퀀스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에서 쌓아두었던 몇몇 상황들을 여기에서 다 풀어놓으면서 나름의 웃음을 선사하는 코엔 형제인데요. 다만 이러한 상황들을 쌓는 과정을 보여준 초중반부는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보통 코엔 형제는 툭 치고 빠지는 매력의 코미디를 보여주는데 여기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거든요. 그리고 나름 비밀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이면 긴장감을 주는 상황들을 집어넣어 주어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는데, <레이디킬러>는 이런 상황들을 코믹하게 풀어내려는 경향이 다소 보이고 있네요. 덕분에 긴장감과 흥미도는 많이 떨어집니다. 코엔 형제의 주특기인 풍자는 그래도 잘 먹히는 편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쓰레기 배가 상징하는 바가 제일 크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선량하게 산 사람은 뜻밖의 이득을 얻고, 불법을 저지른 쓰레기는 결국 쓰레기장으로 가는 모습을 나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톰 행크스가 나온다는 점이 코엔 형제의 연출과 더불어 가장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코미디에 그리 잘 어울리는 배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톰 행크스라면 잘 살려낼 것이라고 믿었고, 그의 캐릭터가 얼마나 잘 살아나느냐에 따라 영화의 매력이 좌우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요. 결과적으론 톰 행크스는 노련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잘 살려내는 편입니다. 다만 캐릭터 자체가 조금은 단순하고 평이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그 이상의 매력을 얻기에는 조금 힘들었네요.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J.K. 시몬스를 비롯한 여러 배우들의 매력은 돋보였지만 각 캐릭터가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한정적이랄까요. 또한 이들의 관계 자체도 너무 정립되지 않은 것 같아 보여서 조금 아쉽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나름의 풍자와 그들의 스타일은 살아있지만 조금 아쉽게 다가왔던 영화였습니다. 결국 그들도 못하는 게 있긴 있더군요.




★★☆
:피식거릴 수 있는 한바탕 소동 후에 그들 답지 않은 허전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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