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Apr 12. 2021

<썬더 포스/Thunder Force>

충분히 웃을 수 있는 요소들을 일부러 절제하는 듯한 강약조절.

지금까지 (특히 올해는 더) 넷플릭스 오리지널에게 숱하게 당해온 결과, 괜히 잘 빠진 듯한 느낌을 주는 것보다 대놓고 B급 냄새가 나는 영화가 더 성공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멜리사 맥카시와 옥타비아 스펜서가 주연을 맡은 <썬더 포스>를 기대했는데요. 뭔가 멋들어진 슈퍼히어로는 아니더라도 뻘하게 웃긴 코미디를 버무린 슈퍼히어로 영화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일단 정석적인 슈퍼히어로물은 아니더라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장르 특유의 느낌은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영화 특성상 엄청나게 화려하고 멋있는 액션을 보여주는 편은 아닙니다만 기본적인 슈퍼히어로 틀에 코미디를 잘 버무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진중하지 않은 분위기 덕에 살짝 유치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긴 하지만, <썬더 포스>만의 톡톡 튀는 매력은 살아있어서 이 부분은 좋게 보았습니다. 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히어로로 성장하는 과정을 나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는 편이고, 영화만의 색다른 설정도 인상적이었어요. 미스크리언트라는 설정을 사용하는데, 우연히 얻은 초능력을 선의의 의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범죄자가 되어버렸다는 설정은 나름 참신하기도 하고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네요. 다만 이 설정을 전부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긴 했습니다.

코미디는 나름 잘 해내는 편입니다. 멜리사 맥카시와 옥타비아 스펜서의 원투 펀치는 나름 흥미로운 편이구요. 조금은 유치한 대사와 슬랩스틱은 아쉽긴 했지만 킥킥대며 웃을 수 있는 부분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뻘하게 웃긴 코미디가 중간중간 터지거든요. 다만 충분히 웃길 수 있는 요소들이 수두룩 존재하는데, 영화는 강약조절을 실패하면서 이 웃음을 일부로 절제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런 영화는 시종일관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를 가져가면서 관객들을 이리저리 웃겨야 하는데, 한바탕 웃을 준비를 하면 어느새 어울리지도 않는 (미국 가족 영화 특유의) 진중한 분위기로 바뀌어버리니 참 아쉽더군요. 그리고 굉장히 과하게 느껴지는 장면도 있습니다. 없어도 될 코미디는 넣고, 넣어야 할 코미디는 빼버리니 관객 입장에선 장단을 맞추기 굉장히 어렵다고나 할까요. 몰입도도 상당히 떨어지구요. 그리고 나름 괜찮아 보이는 유머들도 후반부에 가선 거의 없다시피 해 지루하기 짝이 없더군요. 서사도 솔직히 말하면 아쉽습니다. 이런 영화에 좋은 서사를 기대하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헐겁고 구멍이 나있는 게 너무 눈에 띄더군요.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부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배신한 애는 어떻게 되었는지, 도망친 애는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을 하지 않으니 말이지요.

멜리사 맥카시는 현존하는 코미디 배우들 중 가장 확실한 개성을 가진 배우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가 보여주는 코미디는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극의 강력한 활력을 불어놓는 힘을 가지고 있지요. 이 영화를 보면서도 코미디 연기는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시종일관 능청스러운 연기를 통해 매력을 무한정으로 발산하고 있습니다. 옥타비아 스펜서도 멜리사 맥카시와 대조되면서도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구요. 다만 이 둘이 맡은 캐릭터들은 상당히 아쉬웠네요. 2인조 팀을 만들었으면 이 둘의 관계를 조금 더 신경 써줘야 하는데, 영화는 그러지 못하거든요. 둘의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이 너무 가볍고 대충 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바비 카나베일, 제이슨 베이트먼, 폼 클레멘티에프 등 익숙한 배우들이 등장함에도 캐릭터성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각각의 매력들이 보이지 않아요. 특히 빌런들이 매우 밋밋했는데, 바비 카나베일이 맡은 더 킹은 아무런 장점이 보이지 않았네요. 이런 영화는 캐릭터성만 조금 잡혀도 장점이 확 살아나는데, 그래서 더 아쉽게 다가옵니다.

쿠키 영상이 있을 법도 한데, 없는걸 봐선 속편으로 이어갈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한 편에 모든 걸 집어넣으려고 한 거 같은데, 그게 오히려 아쉽게 작용했네요. 한 편으로 딱 끝내는 게 적당해 보이면서도 필수적인 단점들을 수반하고 있는 작품인 <썬더 포스>였습니다.




★★☆
:충분히 웃을 수 있는 요소들을 일부러 절제하는 듯한 강약조절.
매거진의 이전글 <낙원의 밤/Night in Paradis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