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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pr 15. 2021

<러브 앤 몬스터스/Love and Monsters>

대종말 속에서도 유효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간결하고 유쾌하게.

지난 3월 아카데미 후보들이 발표가 되었을 때, 가장 의외의 후보작 중 하나였던 것이 시각효과 상에 노미네이트가 된 <러브 앤 몬스터스>였습니다.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작품이었거든요. 그래서 살펴보니,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물이더군요. SF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가 포스트 아포칼립스이어서 관심이 가던 찰나, 넷플릭스에서 공개가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공개일에 바로 관람을 했습니다.

일단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물이 주는 설렘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러 설정들은 듣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되는데요. 최근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주구장창 써대던 좀비물이 아니라서 더 반갑기도 했달까요. 하여튼 운석을 막기 위해 사용한 미사일에서 나온 화학물질로 인해 곤충들이 커지는 일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서 인류의 95%가 사라졌다는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요. 나름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다만 꽤나 약해보이는 크리처들로 인해서 인류의 95%가 사망했다는 설정이 조금은 의심이 들긴 하지만요. 단순히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물의 공식을 답습하기보다는 뭔가 새로운 변화를 주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여러 크리처 물에 대한 오마주도 속속히 보이는 편이구요. 일단 포스트 아포칼립스 크리처 물에 비해서 공포 분위기는 덜한 편이고, 꽤나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상당히 가벼운 분위기로 극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구요. 여기에 주인공의 성장을 잘 버무린 영화입니다. 이 성장이 꽤나 뻔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나름 시간을 잘 할애해서 보여주는 편이구요, 또 남겨진 자들에 대한 심리 묘사도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엄청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여느 장르물에 비해선 훌륭하다는 말이지요.

보통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물에선 세상을 구하거나, 되찾으려고 하는, 다소 터무니없이 거창한 목표를 선보이는데요. <러브 앤 몬스터스>는 꽤나 단순한 플롯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사랑을 찾기 위해 그녀가 거주하고 있는 집단으로 떠나는 한 남자의 여정만을 그려내고 있거든요. 대종말 속에서 유효한 사랑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잘 살려내고 있는 플롯이기도 하구요. 또한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성장, 심리묘사, 그리고 세계관의 모습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여러 등장인물과의 만남으로 지루하지 않고 간결하게 조각하고 있네요. 이 부분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뻔한 설정들도 제거하려고 하는 노력이 눈에 띄었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집단 안에서의 따돌림과 같은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갈등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러한 장점들이 점점 사라지는데요. 특히 극의 마지막 전투 시퀀스는 없는 게 좋다고 생각될 정도로 많이 진부합니다. 솔직히 영화 자체가 굉장히 무난한 편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아쉬웠네요.

화려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 탄탄한 배우 라인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로 유명한 딜런 오브라이언이 주연을 맡았는데요. 살짝 이러한 장르 쪽으로 이미지가 굳는 것처럼 보인달까요. 이런 서바이벌 장르에 잘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네요. 어쨋든 익순한 연기를 잘 해내는 편입니다. 작년 <언더워터>, 올해에는 적은 분량이지만 <고질라 VS. 콩>에서도 모습을 비춘 제시카 헨윅도 주연으로 출연합니다. 딜런 오브라이언에 비하면 적은 분량이긴 하지만 후반부에 나름 활약을 하는 모양새인데요. 아쉽게도 후반부 자체가 매우 별로라서 그렇게 인상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네요. 배우는 꽤나 매력적이라서 캐릭터의 활용이 많이 아쉽더군요. 그래도 둘의 재회에 있어서 상당히 매력적으로 등장하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캐릭터는 마이클 루커와 아리나 그린블랫이 연기한 클라이드와 미노라고 생각이 듭니다. 서바이벌 마스터 같은 역할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주면서도 오래 끌지 않고 깔끔한 이별을 하는 인물들인데요. 짧은 순간이지만 정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빌런 캐릭터는 많이 아쉽더군요. 인간 빌런을 꼭 넣었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구요.

이상하게 정감이 가는 작품이네요. 그렇게 훌륭한 작품도 아니고 아쉬운 점도 꽤나 보이는 편입니다만 굉장히 재밌게 본 작품이기는 합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실망을 꽤나 했는데 오랜만에 만족한 작품이었네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좋아하신다면 맘에 들어 하실 것 같습니다.




★★★
:대종말 속에서도 유효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간결하고 유쾌하게 담아내는 능력이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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