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부터 모든 것을 보여준 헤일리 스타인펠드!
굉장히 낡은 장르 중 하나로 생각되는 게 서부극인데, 생각보다 재밌게 본 서부극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세르지오 레오네 등의 정통 서부극을 보지는 않았지만, 당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만 해도 너무 재밌어서 어질어질해질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지금으로선 서부극은 인기가 그렇게 많지는 않고, 나온다고 해도 확실한 독창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요. 코엔 형제도 넷플릭스와 함께 <카우보이의 노래>라는 나름 매력적인 서부극을 만들었던 터라 이전에 만든 서부극인 <더 브레이브>는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더 브레이브>는 플롯에 있어서 확실한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놉시스나 초반 몇몇 장면들만 보더라도 어떻게 흘러갈지 대강 감이 잡히거든요. 실제로 대부분 예상대로 평탄하게 흘러가는 편이구요. 냉정하게 보면 코엔 형제의 영화 중에서도 그렇게 눈에 띄는 서사라고 보기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일단 평이하고 평탄한 이야기일지라도 모든 부분들이 제자리에 있고 제 역할을 다 하고 있어 모난 부분이 하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다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여도 굉장히 만족스럽게 다가오는 동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코엔 형제의 자랑 중 하나인 확실한 짜임새가 빛을 발하며 안정적인 이야기를 더욱 수려하게 장식하고 있지요. 그 해 아카데미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영화인만큼 스토리 자체는 확실히 아카데미 스타일입니다. 아카데미 특유의 따뜻함과 착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은 좋아할 거 같네요.
코엔 형제가 주는 그 경쾌하고 따뜻하면서 유쾌한 분위기가 서부극과 만나니 참 만족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보통 진중함이 앞서는 서부극이 코엔 형제만의 유머를 만나 정말 재미난 영화가 되거든요. 건조한 서부 배경에 탁월한 ost가 온기를 전해주어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 장점도 장점들이지만 비교적 평이한 이야기에도 훌륭한 영화라고 볼 수 있었던 것은 캐릭터들의 매력과 케미입니다. 보통 서부극에선 볼 수 없는 어린 소녀가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아버지나 삼촌과 같은 존재들이 이를 듬직하게 받쳐주고 있는 구조를 택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더 브레이브>만의 독창성을 부여해 주기도 하고, 가족을 연상시키는 캐릭터 관계로 하여금 더욱 몰입하고 이입할 수 있게 해주네요. 그리고 여기에 서부극 등장인물이 가지고 있는 멋도 충분히 보여주니, 캐릭터의 완성도 하나만큼은 완벽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브레이브>는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정도로 정말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이는데요. 이 영화가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제프 브리지스나 맷 데이먼, 조쉬 브롤린 같은 대배우들 사이에서도 꿇리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가장 큰 매력을 발산하고 있거든요. 정말 귀여우면서 당찬, 14살의 매티 로스라는 캐릭터를 너무나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정말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 역을 맡았을지 상상이 안 갈 정도네요. 매티 로스라는 여성 캐릭터가 서부극을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것도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연기력이 받쳐주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프 브리지스와 맷 데이먼의 케미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투닥투닥 하면서도 결국 마지막엔 브로맨스를 꽃 피는, 다소 뻔한 관계임에도 괜히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고나 할까요. 악역을 연기한 배리 페퍼나 조쉬 브롤린은 다소 적은 분량이긴 하지만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놓았습니다.
광활하고 황량한 서부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싶었는데, 촬영이 로저 디킨스였습니다. 진짜 대단하네요. 여기에 여운이 남는 엔딩도 정말 마음에 들었구요. 가슴 따뜻해지는 서부 로드 무비로도 제격이니 한 번씩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
:데뷔작부터 모든 것을 보여준 헤일리 스타인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