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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pr 14. 2021

<헤일, 시저!/Hail, Caesar!>

영화, 그것은 힘들지만 옳은 일이라는 그 뜨겁고 찬란한 고백.

의외로 코엔 형제가 영화를 바라보는 내용을 다룬 작품을 많이 제작하지 않았습니다. 끽해봐야 할리우드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바톤 핑크>가 다인데요. 그래서 1950년대 할리우드의 이야기를 담아낸 <헤일, 시저!>를 기대했습니다. 그들의 기깔난 풍자와 오마주가 그 시기의 할리우드를 어떻게 담아낼지 말이지요.

영화는 고해성사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이 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싶었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황금기이면서 이면의 어둠도 깊었던 1950년대의 할리우드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그들의 마음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만큼 영화는 그 시기 할리우드의 이면과 화려한 모습을 모두 보여줍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유행하던 여러 영화들의 장르와 스타일을 너무나 잘 재현해내고 있는데, 이게 <헤일, 시저!>가 가진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서부극부터 드라마, 뮤지컬까지 여러 장르의 영화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잠깐씩 보여주는데요. 하나하나를 너무 잘 찍어내서 정말 놀랍더군요. 코엔 형제는 어떤 영화를 찍어도 잘 만들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너무나 아름다운 그 시절의 할리우드를 보면서 괜히 경험해보지 않은 그 시간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코엔 형제도 여러 오마주들을 통해 그 시기를 찬란하게 빛내고 있구요. 너무나도 아름다웠지요, 그때의 할리우드는.

그럼에도 풍자와 비판을 빼놓지 않는 코엔 형제입니다. 확실히 이면도 많이 짙었던 시절인데, 이걸 잘 캐치해내고 있거든요. 오마주와 풍자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울 따름이네요. 할리우드 이면에만 그치지 않고 그때의 사회 형상들을 잘 풍자, 비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이 있는데요. 굉장히 재치 있게 그려내고 있어요. 이외에도 할리우드 가십과 같은 그때 당시 주목받았던 요소들도 잘 잡아내고 있구요. 그래도 코엔은 그 시절, 그리고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을 조금 더 찬양하고 있는 편입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마음속으로 옳다고 믿으면, 옳은 일인 것. 그렇기에 우리는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지요. 전체적으로 코엔의 코미디로 잘 녹아들어 있는 편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스토리와 연출은 좀 아쉬웠는데, 너무 산만하고 난잡한 듯한 스토리가 끝까지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었고, 연출도 꽤나 느리게 정신없이 다가온 듯싶었네요. 

코엔 형제 영화 중에서도 가히 역대급 캐스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엔 형제 영화에 꾸준하게 출연하는 조쉬 브롤린와 조지 클루니부터, 스칼렛 요한슨, 레이프 파인즈, 채닝 테이텀, 틸다 스윈튼, 알덴 에런라이크, 조나 힐, 프란시스 맥도먼드, 그리고 알리슨 필까지 정말 초초호화 캐스팅인데요. 전반적으로 모든 배우들이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줘서 그야말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다만 1시간 46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안에 이 모든 배우들을 활용하기엔 벅차 보였네요. 각자 인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긴 했지만 조금 더 등장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배우들도 종종 있었구요(개인적으론 레이프 파인즈). 그럼에도 꽤나 잘 활용되었다는 생각이 든 배우가 있는데, 바로 알덴 에런라이크입니다. 서부극 스타에서 시대극 영화배우로 변하는 호비 도일 역을 맡아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네요. 조지 클루니가 등장하는 시퀀스들은 조금 아쉽게 다가오긴 했습니다. 메인 플롯이지만 뭔가 제일 어수선하달까요.

일단 로저 디킨스의 촬영 자체도 매우 훌륭해서, 그 시절 할리우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시거나, 혹은 좋아하신다면 그냥 푹 빠져서 볼 수 있을 영화입니다. 다만 배경지식을 모르시거나 아님 산만한 연출을 싫어하신다면 굉장히 지루하고 어쩌면 난해하게 다가올 영화기도 하네요.




★★★☆
:영화, 그것은 힘들지만 옳은 일이라는 그 뜨겁고 찬란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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