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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pr 24. 2021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유다는 유다이기 때문에 배신자가 된 것이 아니다.

오래전에 끝났어야 할 인종차별이 여전히 만연하고, 최근 들어선 그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참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최근 화제인 Black Lives Matter이나 Stop Asian Hate 운동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인종 차별이나 인권에 관한 이야기가 예년보다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요. 취지는 너무나 좋지만, 많은 영화들이 감정을 쏟아내는 것에 그쳐서 깊은 공감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그렇게 감정에만 호소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시의적절한 주제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극적이고 감정적으로 각본을 써 내려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점은 감정의 표출보단 절제거든요. 거기에 실화 이야기가 같은 힘도 잘 활용해서 어느 영화보다 빠져들어서 보게 만들었네요. 재밌는 점은 이 영화는 유다의 입장에서 블랙 메시아를 바라보는 구성으로 전개가 된다는 것입니다. 현대의 유다는 단순히 나쁘기 때문만이 아니고, 불평등한 사법체계와 자본주의 사회로 인해서 생겨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유다도 한때는 예수의 뜻을 따르기도 했었고, 악한 존재였기 때문에 배신자가 되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나타냅니다. 이 잔인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신을 한 연약한 하나의 개인일 뿐이었다는 것이죠. 결국 잔혹한 사법살인의 피해자였다는 겁니다. 메시아도 날 때부터 메시아였던 것은 아닐 테지요. 메시아도 결국 억압하는 사회에 저항하기 위해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제목인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유다가 블랙 메시아를 배신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누가 유다고 누가 메시아가 되는가에 대한 질문도 아주 효과적으로 다가오면서 이 내용이 실화라는 점도 참 인상적으로 느껴집니다. 다만 너무 절제하려고 했는지 그렇게 특별한 시퀀스는 보이지 않았네요. 물론 강렬한 장면은 있었지만 확 빠져들만한 한 방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러모로 보면서 아카데미 작품상에 같이 오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단 프레드 햄프턴이라는 동일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구요. 전체적으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이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달까요. 이런저런 이유에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과 같이 보시면 좋을 것 같은 영화입니다.

다니엘 칼루야는 단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 중 가장 강력합니다. 그가 보여주는, 극의 분위기를 휘감는 파워는 정말 놀라웠네요.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으로 생각하는 출소 후 연설 신에서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러키스 스탠필드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일단 이 러키스 스탠필드는 원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분량도 분량일뿐더러, 애초에 영화 자체가 유다의 시선으로 블랙 메시아를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러키스 스탠필드가 주연이 되어야 하는데, 참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아무튼 러키스 스탠필드는 휘몰아치는 다니엘 칼루야의 연기와 함께, 유다의 위치에서 고뇌하는 인물의 심리를 아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 명은 감정을 표출하고, 또 한 명은 감정을 조절하는, 두 배우의 기막힌 감정연기가 아주 일품이었네요. 여기에 제시 플레몬스와 도미닉 피시백 등의 배우들이 훌륭하게 호응하고 있구요.

<노매드랜드>가 유력한 작품상 후보일 텐데, 아니라면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미나리>와 함께 가장 가능성이 높은 작품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잘 만들기도 했지만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이야기이거든요. 다만 최근 국내 정세로 봐선 국내 관객들이 그렇게 호응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아쉽네요.




★★★☆
:유다는 유다이기 때문에 배신자가 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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