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했던 인생을 살았길. 누군가의 행복이 되었던 삶이었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작 <원더풀 라이프>는 죽은 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 하나를 영화로 제작해 준다는 참신한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살아생전 행복했던 기억을 두 개, 세 개도 아닌 딱 한 개에 집착하는데요.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참 괴로울 것 같은데, 영화 속 등장인물들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지 몇몇 기억들만 꺼내며 쉽사리 고르지 못하죠.
이런 플롯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객들도 자신의 인생 중 행복했던 기억 단 하나만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나의 삶, 나의 추억, 나의 행복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역시 관객들도 쉽게 하나의 기억만을 고르지 못하지요. 무의미한 기억들의 충돌만 반복될 뿐입니다. 그런 고민이 끝나갈 무렵, 영화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려줍니다. 누군가는 나와의 기억을 행복한 추억으로 삼았다는 사실이요. 나는 누군가의 행복이었고, 인생이었겠지요. 그것만큼 훌륭한 삶이 어디 있을까요.
영화는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이 범상치 않습니다. 초중반까지 여러 등장인물들을 인터뷰하는,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연출을 보여주는데요(다큐멘터리로 데뷔한 감독의 능력이 돋보이네요). 그때부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죠.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당신이 가져갈 단 하나의 행복한 기억은 무엇인가요. 수백 번을 생각해도 쉽게 답을 정하지 못할 이 질문.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살면서 계속 보고 싶고, 죽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습니다. 눈을 감기 전에 생각날 단 하나의 기억. 그 기억을 만들고자, 또 누군가에게 그 기억이 되고자,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고 싶네요.
★★★★★
:내가 행복했던 인생을 살았길. 누군가의 행복이 되었던 삶이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