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어웨이/Stowaway>
딜레마를 직면하면 행동해야 하고, 그에 뒤따르는 희생은 언제나 괴롭다.
얼마 전 재개봉하기도 한 영화 <아틱>으로 데뷔를 한 조 페나 감독이 이번에는 <스토어웨이>로 돌아왔습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하지 않고 배급권만 가져온 영화인데, (비록 <아틱>을 관람하지는 않았지만) 극한 상황을 잘 담아내는 조 페나 감독 특성상 <스토어웨이>도 무언가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했습니다. 적어도 자체 제작 영화보다 완성도는 높기를 바랐지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영화를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오프닝은 인상적입니다. 세 사람을 태운 로켓이 발사되어서 화성으로 떠나는 우주선에 도킹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그 과정이 상세하게 담겨있을 뿐 아니라 음향 조절과 같은 기술적인 요소도 잘 버무려져 있어서 몰입을 도와주더군요. 그때부터 이 영화, 나름 괜찮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에는 무리인 SF 영화입니다. 예산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채로운 인물이 없을뿐더러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해있지도 않거든요. 기본적인 SF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기술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는 않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 생존을 두고 마주한 딜레마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 철학을 끌어들이고 있는데요.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없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어떠한, 최소한의 행동이라도 취해야 하며, 그에 따라 발생하는 필수적인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희생은 언제나 괴롭지요. 결국 선택과 희생, 그리고 남겨진 자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비록 여러 심리적 요소를 건드는 것은 아니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개인적으로 이 정도로만 만족스러웠네요.
고요한 우주 속 무력한 인간이라는, 이제는 우주 SF 영화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정적 공감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꽤나 정적으로 담아내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상황을 담는 카메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SF 영화에서 보이는 익스트림 롱 샷으로 우주선을 찍어내는 촬영은 거의 나오지 않고, 우주선 내부의 모습만 계속해서 비추고 있습니다. 재정적 문제가 겹쳤을 수도 있지만, 광활한 우주라는 장소에서 인간이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좁디좁은 우주선 안뿐이라는 사실을 나름 영리하게 담아냈다고 생각이 드네요. 여기서 오는 쫄깃쫄깃한 긴장감도 나름 잘 잡아내는 편이구요. 다만 개인적으로 완급조절이 실패한 듯한 전개는 아쉬웠고, 설정 자체도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상당했네요. 상당히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물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너무 이해가 가지 않았달까요. 어느 정도 생각할 거리는 만들어주고 있지만 그 이상 나아가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엄청 화려하지는 않아도 나름 탄탄한 출연진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각종 영화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인 안나 켄드릭부터 시작해서, <유전>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토니 콜렛, 그리고 드라마 <로스트>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으며, 최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 성우를 맡기도 한 대니얼 대 킴까지 익숙한 얼굴들이 보입니다. 또 할리 베리가 연출을 맡은 <브루즈드>에도 출연할 셰미어 앤더슨도 출연하구요. 이들 모두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1시간 5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이 네 명만 스크린에 등장하는데, 끌어가는 힘이 나름 강하달까요. 다만 각 캐릭터 설정 자체가 꽤나 아쉽게 다가옵니다. 캐릭터의 행동과 그 이유, 목적이 조금은 엇나가는 경향이 있어서 인물들이 판단이 좋지 못하게 비치고 있다는 점인데요. 하버드나 예일을 나온 초초초엘리트 우주비행사들이 조금은 애매한 판단을 하는 것을 보면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나름 만족해서 봤습니다. 그렇게 기대를 하던 영화도 아니었고, 요즘엔 이렇게 잔잔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SF 영화가 더 끌리더군요. 물론 이 영화의 철학적 요소를 그렇게 심오하게 다가오지는 않지만요.
★★★
:어떤 딜레마를 직면하면 행동해야 하고, 그에 뒤따르는 필수적 희생은 언제나 괴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