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런 경쾌함과 아기자기함이 소니 애니메이션의 미래다!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제작진이 제작한 영화입니다. 그래도 넷플릭스 단독 제작인 줄 알고 기대를 좀 접었었는데, 알고 보니 소니 픽처스가 재정 문제로 넷플릭스에게 팔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디즈니/픽사 외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훌륭한 애니메이션이 하나 나왔네요.
일단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호평받은 특유의 비주얼 스타일이 돋보입니다. 시작부터 넷플릭스에서 섬광 효과를 조심하라는 안내 문구가 나오는데, 그 문구가 이해가 갈 정도로 밝고 화려한 시각효과가 말 그대로 눈뽕을 선사합니다. 이렇게 스펙터클한 액션으로 가득한 애니메이션은 이제 소니 애니메이션의 무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는데요. 이전까지 소니 애니메이션의 작품성이 조금 아쉬웠는데, 이러한 스타일을 고수해서 특징들을 살려간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될 것 같네요. 아기자기한 매력과 귀여운 디테일로 중무장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 온갖 인터넷 밈을 보는 듯한 효과들과, 현대 사회를 너무나 잘 구현해낸 디테일들은 보는 재미를 한 층 더 높여줬네요. 개인적으로 인터넷 밈들을 즐겨보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더 즐겁게 보았습니다. 이러한 경쾌한 디자인과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소니 애니메이션의 미래처럼 보입니다.
현대 사회를 아주 기발하고 공감 가도록 풍자하는 것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인터넷과 유튜브 세대에게 더욱 와닿을 이야기였는데요. 이제 우리는 인터넷이나 핸드폰 같은 전자 통신 수단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죠. 적당한 활용에 그치지 않고 과잉 사용으로 잠식되어가고 있으며, 와이파이가 느리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이러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재치있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와이파이를 끊어버리니 온갖 폭동이 일어나는 신은 너무 웃겼네요. 이런 풍자도 풍자지만, 애니메이션답게 가족 이야기를 빼놓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한데요. 완벽한 모습은 아니더라도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든든한 지원을 보내주는, 내 동족들, 내 사람들이 바로 가족이지요. 그 모습이 아주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세대 갈등이 겹치면서 가족 간의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봉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네요.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를 타파하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구요. 비정상들을 위로하고 화합하라는 메시지도 전하고 있습니다.
성우진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익숙한 얼굴들이 보입니다. 마야 루돌프와 올리비아 콜맨인데요. 특히 올리비아 콜맨이 그런 목소리 연기를 했다는 것이 참 놀라웠습니다. 얼마 전에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배우가 이런 목소리 연기를 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네요. 캐릭터들도 너무 각자의 매력이 잘 살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완벽하지 않은, 그보다 더 나아가 최악처럼 보이는 가족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채워나가는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네요. 다만 이 관계가 딸 케이티와 아빠 릭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던 점은 좀 아쉬웠네요. 강아지까지 5명의 가족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왁자지껄하기를 바랐지만 그 소동이 조금은 줄어든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물론 후반부에 가서 서로 합을 맞추기는 하지만 저는 가족 자체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너무 부녀 관계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 같습니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에 대한 평가가 심하게 안 좋았는데, 이제 조금 변할 것 같네요. 자신들의 장점을 잘 살려내면, 할리우드의 여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 이어서 연타석 안타네요. 물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장외 홈런이었지만요.
★★★☆
:이제 이런 경쾌함과 아기자기함이 소니 애니메이션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