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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03. 2021

<아무도 모른다/誰も知らない>

참담하고 암울한 현실에서도 무덤덤한 그 표정이 결국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아무도 모른다>는 포스터와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기본 설정만 보아선 굉장히 밝고 쾌활한 영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접근했다간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저도 마음을 가볍게 먹고 가지는 않았는데 가슴에 비수가 꽂힌듯한 먹먹함으로 가득 찬 상태네요.

영화는 부모가 집을 비우게 되어 열악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4명의 아이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답게 꽤나 잔잔하게, 약간은 다큐멘터리 같은 시선과 탁월한 시간 흐름의 시각화로 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은 상상 이상이네요. 정말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아프고, 가슴이 턱 막혀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굉장히 불편해지고, 엄청나게 비극이며 우울한 이야기인데 이 정도가 엄청나서 눈물조차 나지 않습니다. 그냥 멍하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것도 버거울 정도입니다. 절대 가볍게 생각하고 들어가시면 안 될 것 같네요.

영화가 더욱 먹먹하게 다가왔던 것은 이들이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묵묵한 일상을 보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어른스러워서 별일 없이 살아가는 것도 아니거든요. 집안일은커녕 제대로 된 음식조차 먹지 못하면서 살아가는데도, 오히려 밝고 쾌활해 보이는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영화의 제목이 왜 <아무도 모른다>일까 생각을 해봤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알아채고 신고하는 이들이 아무도 없습니다. 심지어 집 안을 본 사람들이 있는데도요. 정말 아무도 모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방조한, 무관심한 사회도 가해자 중 하나겠지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가 아니고,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던 이야기일지도 모르구요. 영화를 보면서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점은, 각색된 영화의 화면을 보는 것으로도 감당하지 못했던 일들을, 직접 겪은 아이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참, 할 말이 생각나지 않네요.

야기라 유야는 괜히 칸 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아니더군요. 생각보다 엄청난 퍼포먼스나 폭발적인 대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납득이 갑니다. 표정 연기가 정말 대단하거든요. 극 중 보여주었던 눈빛과, 몸짓, 걸음걸이가 감독의 요구대로, 각본에 쓰인 대로였다면, 연기 천재가 분명합니다. 앞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야기라 유야의 연기력이 이러한 느낌을 내는 것의 일등공신이었네요. 찾아보니 특별한 대본도 없이 히로카즈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그때그때 연기했다고 하는데, 히로카즈 감독의 공도 있어 보이네요. 4명의 아이들 캐릭터가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엄마라는 캐릭터도 참 기억에 남았습니다. 영화에서는 실제 사건보다 좀 괜찮게 설정이 되었지만, 역시 좋게 볼 수만은 없는 캐릭터인데요. 몸만 커버린 어른인 엄마라는 캐릭터가 있어서 이러한 비극이 계속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가볍게 생각하고 보시면 절대 안 되는 영화입니다. 아마 히로카즈 영화 중에서 가장 잔인한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실제 사건은 더 막장이었으니, 세상에 이러한 비극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
:한없이 참담하고 암울한 현실에서도 무덤덤한 그 표정이 결국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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