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생긴 마음으로 이 차가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벅찼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6번째 장편 영화인 <공기인형>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영화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이런저런 평점을 보면 혹평과 호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구요. 이건 아마 영화가 가지고 있는 소재 때문일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소재가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이게 이상하기보단 참신하게 다가왔다고나 할까요.
영화는 성욕 대체 인형인 노조미가 마음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요.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보통 자극적인 사건들을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잔잔하게 그려내는 특징이 있는데, <공기인형>에선 반대로 잔잔한 이야기를 다소 자극적인 연출로 보여준 것 같더군요. 이 부분이 호불호가 갈리는 가장 큰 이유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저는 신선하게 다가왔네요. 마음을 얻는다는 게,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게 참 힘든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우연히 생긴 마음만으로, 이 차갑고 매서운 현실을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벅차겠지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너무 잘 탐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체품으로 태어나긴 했지만 마음을 가졌음에도 굉장히 모진 말을 듣고 잔혹한 행위를 당하죠. 이는 진짜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사람은 타인을 공기인형처럼 막 대할 때가 있거든요. 분명 마음을 가진 인격체임에도 불구하구요.
지금까지 히로카즈는 가족을 보통 다뤘는데, <공기인형>에서는 딱히 이렇다 할 가족의 형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통적인 대가족보다는 1인 가구, 혹은 한 부모 가정 등 현대적인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네요. 가족의 형태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은 너무 외로움을 더하죠. 마치 공기인형처럼 텅 빈 듯한 자신 속의 공허함은 자기 자신이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런 것을 보면 우리 현대인이 공기인형과 다를 게 뭔가 싶기도 합니다. 타인을 대체품처럼 대하는 행동이 현대인이 행하고 겪는 가장 아픈 일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배두나는 참 매력적인 배우네요. 이러한 역할도 잘 해내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합니다. 거의 원맨쇼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혼자 극을 이끌어나가는데, 모국어도 아닌 일본어로 연기를 함에도 매우 안정적이더군요. 인형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해낸 배두나는 감탄 밖에 안 나왔네요. 배두나가 분한 노조미라는 캐릭터가 기억에 강하게 남네요.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생겨 다른 사람을 모방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음을 얻는다는 게 이렇게 잔인한 일이라는 것도 잘 보여주었구요. 특히 생일 케이크 신이 참 안타까웠는데, 잔잔한 이야기였다가 갑자기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맛이 있었습니다.
분명 호불호가 갈릴 영화입니다. 히로카즈를 잘 모르거나, 아니면 잘 안다고 해도 취향이 안 맞으면 단순히 야하고 이상한 영화로만 보일 수도 있거든요. 조금 특이한 소재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완성도 하나는 뛰어난 작품입니다. 히로카즈 영화 중에서도요.
★★★★
:우연히 생긴 마음으로 이 차가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벅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