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기적을 바라면서 믿고 변화해 나간다.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특징이자 강점 중 하나는 한없이 잔잔하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는 점이지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 그 히로카즈 감독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존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릴 때 조금은 안타깝거나 슬픈 이야기들을 다루었던 반면에 이 영화는 굉장히 순수해 보입니다. 끝까지 그 분위기를 유지하고, 실제로 내용 자체도 꽤나 아이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히로카즈 감독은 아이들의 순수함이나 그 마음을 담아내는 능력이 정말 탁월한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러면서 잔잔하고 따뜻함 이면에 있는 감독 특유의 슬픔이나 차가움도 놓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기적이 일어날 거란 순수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소원 자체는 좀 안타깝게 느껴졌네요. 그 간극이 참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어른들과 아이들의 차이도 눈에 띄었는데요. 아이들은 신칸센을 기적의 요소로 생각하지만 어른들은 돈벌이로만 생각한다는 게 참 와닿았네요.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도 참 인상적입니다. 마지막에 다른 소원을 빈 형제가 말하는 것을 보면 뭉클하기도 하고, 이렇게 성장하는구나 싶기도 했네요. 사실 기적이라는 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기적을 빌고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것.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내일은 더 성장하는 것. 그게 진짜 기적일지도 모르겠어요. 기적은 단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스스로 변화시키는 것일 테니까요. 변화하고 더 나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입니다. 연출적인 측면에서 좀 흥미로웠던 점은 아이들이 소원을 각각 말할 때 약간 다큐멘터리 느낌이 났다는 겁니다. <원더풀 라이프>처럼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듭니다. 꽤나 다가오는 편이기도 하구요.
형제 역을 연기한 마에다 코키와 마에다 오시로는 참 연기 잘하더군요. 그 어린 나이에 여러 감정 연기를 참 잘 해내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나서 안 사실인데, 실제로 둘이 형제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잘 어울렸을지도요. 이제 좀 익숙한 배우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가 일본 배우를 잘 알아서 그런 것은 아니고, 히로카즈 감독의 전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많이 보였거든요. 여기선 <걸어도 걸어도>에 출연한 여러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나츠카와 유이부터 시작해서 아베 히로시, 하라다 요시오, 키키 키린까지. 꽤나 반가운 얼굴들이더라구요. 국내 영화 <마이웨이>에서 장동건과 합을 맞춘 오다기리 조도 눈에 띄고, 오츠카 네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생 류노스케의 친구 칸나 역으로 나온 배우가 너무 기억에 남아서 누구인가 봤더니 천년돌로 유명한 하시모토 칸나더군요. 참, 어릴 때부터 완성형이라서 웃음 밖에 안 나왔네요.
히로카즈의 걸작 중 하나입니다. 엔딩 즈음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아이들과 함께 신칸센을 보러 떠났다가 돌아오는 느낌이 든달까요. 재밌다기보다는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영화였네요.
★★★★☆
:그렇게 기적을 바라면서 믿고 변화해 나간다.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