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May 11. 202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そして父になる>

가족은 단순히완성되는 게 아닌 시간의 흐름으로 채워나가는 존재라는 것.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중에서 국내에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입니다. 워낙 일본의 대표적인 거장이라 여러 작품들이 잘 알려져 있고 재개봉도 꾸준히 가져가는 편입니다만 이 영화는 특히 더 인지도가 높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다만 공교롭게도 이 작품을 보지 못했을뿐더러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내용과 달라서 꽤나 흥미롭게 보았던 영화입니다.

히로카즈 영화를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가족이란 집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준다는 겁니다. 다만 이게 난이도 있지 않으면서 완성도는 굉장히 좋기 때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고민고민하지 않아도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의도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서 너무 좋더군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그렇습니다. 솔직히 출생의 비밀이라는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에서만 볼 법한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나갈 수도 있다니, 참 대단하게 느껴졌달까요. 하여튼 영화는 낳기만 했다고 아버지인가, 아니면 기른 정을 가진 것이 아버지인가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낳기만 한다고 다 아버지인 게 아니죠. 세상에는 직접 낳았어도 제 역할을 못하는 아버지도 있고, 직접 낳지 않았어도 정말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버지도 있는 것처럼요.

아버지, 더 나아가 가족은 서로를 일방적으로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채워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게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점인데요. 가족은 낳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채워나가는 존재들이지요. 규칙을 세워 엘리트처럼 키우고, 능력이 좋아 여유롭게 산다고 하더라도 결국 아버지는 아들을 채워내는 것만 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겁니다. 같이 생활하고, 같이 걸음을 맞추고, 같이 눈을 맞추는. 그렇게 자식에게 나를 맞춰 변화하는 것. 이를 통해 비로소 아버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아버지란 존재에 관해 참 좋은 대사들을 많이 쏟아낸 영화기도 합니다. 결국 함께 보낸 시간이 아버지를 만들고, 자식을 만들고, 가족을 만드는 거지요.

히로카즈의 거의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잔잔하게 흘러가고 극적인 연출은 별로 없는 터라 그렇게 눈에 띄는 연기는 솔직히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런 분위기에 참 잘 맞춰내는 배우들이 좋았네요. 얼마 전까지 니시타니 히로시 감독의 <가을의 마티네>와 이와이 슌지 감독의 <라스트 레터>로 국내를 꾸준히 찾은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오노 마치코도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배우는 오히려 상대 부모 역을 맡은 릴리 프랭키와 마키 요코였네요. 둘의 모습이 오히려 더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히로카즈 감독의 페르소나 격인 키키 키린도 적은 분량이지만 출연하는데, 참 별거 아닌 거 같아 보이지만 극의 힘을 든든하게 실어주는 배우지요. 나홍진 감독의 <곡성>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 쿠니무라 준도 짧게 출연합니다. 중요한 배역은 아니라서 아쉽게 느껴지긴 하더군요.

기존 히로카즈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지만 개인적으로 이전작들에 비해 뭔가 좀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뭔지 아직은 모르겠네요. 그래도 충분히 훌륭한 영화입니다. 보고 나니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 거 같고 말이지요.




★★★★
:가족은 단순히 형식적으로 완성되는 게 아닌 시간의 흐름으로 채워나가는 존재라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奇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