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May 16. 2021

<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 diary>

과거를 캐묻지 않고 탓하지 않는 선한 가족의 그 따뜻한 매력.

히로카즈 도장깨기도 슬슬 마무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은 이제껏 봐왔던 모든 감독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너무 좋았는데요. 지금까지 봐왔던 히로카즈 영화는 잔잔함 속에서도 차가움이 존재했던 영화와, 한없이 착하고 따뜻한 영화, 이 두 가지로 나뉜다고 느껴졌는데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후자에 가깝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였던 잔잔함과 따뜻함이 극에 달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에 선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더한 결과가 바로 <바닷마을 다이어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착하고 선함이 조금은 지나치게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약간은 작위적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데다, 실제로 이러한 부분 때문에 호불호가 약간은 갈리기도 하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론 이러한 지나친 선함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작품이었네요. 하여튼 영화는 15년 전 떠난 아버지의 죽음 이후, 사치와 요시노, 치카는 이복 여동생 스즈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스토리면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이렇다 할 갈등이 보이지 않고 끝까지 잔잔하고 따뜻하게 흘러가는 편인데요. 이것이 밋밋하게 다가올 수는 있지만 이게 정말 가족이 살아가는 것이라는 모습을 참 잘 보여주는 듯했네요. 왜 다이어리라는 제목이 붙었는지 알 정도로 일기를 한 장 한 장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히로카즈만큼 가족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탐구하는 감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의 상처라는 생각을 가진 한 아이가 (전통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누군가의 행복이 되고 보석이 되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져 있네요. 스즈가 가족의 일원이 되며 행복해지지만 가족의 모습은 완벽과는 거리가 멉니다. 자주 다투기도 하고 남자관계는 엉망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게 진짜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 아닐까요.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남겨진 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히로카즈 특유의 연출이 참 좋습니다. 죽은 자는 그렇게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죠. 그런 죽은 자를 뒤로하고 남은 자들의 선한 관계가 이어지는 모습이 기억에 강하게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 가족의 모습은 과거를 캐묻지도, 또 과거를 탓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입니다. 이 점이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나오는 가족의 가장 선하고 따뜻한 매력이라고 느꼈네요.

네 자매로 나오는 배우들의 합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아야세 하루카부터 나가사와 마사미, 카호, 히로세 스즈는 진짜 가족의 모습을 보는 듯했는데요. 국내에서도 익숙한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아야세 하루카는 유튜브 등에서 소개 영상으로 많이 보았을 <가슴 배구단>의 주연을 맡은 것으로 유명하고, 나가사와 마사미는 <아이 엠 어 히어로>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너의 이름은.>의 미키 성우로 더 유명할 것 같네요. 카호는 얼마 전 심은경과 함께 <블루 아워>에서 합을 맞추기도 했고, 히로세 스즈는 <써니>의 일본 리메이크 작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네요. 히로카즈의 페르소나인 키키 키린도 짧게나마 출연하고 있고, 이전 히로카즈 영화에 등장했던 릴리 프랭키나 후부키 준, 마에다 오시로 등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영화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참 좋은데,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원래 일본의 풍경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더욱 이쁘게 담긴 것 같더군요.

정말 잔잔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우며, 착하고 선한 매력을 가진 영화입니다. 여느 히로카즈 영화들 보다 더요. 이게 너무 작위적이고 밋밋하게 다가올 수는 있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만은 확실하네요. 착하고 선함은 요즘에 보기 힘든 것들이기도 하니까요.




★★★★
:과거를 캐묻지 않고 탓하지 않는 선한 가족의 그 따뜻한 매력.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そして父になる>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